지관 “불교원전 연구 편찬 이끈 대표 학승”
정련 “유치원 장애인보호등 대중포교 실천”
앞으로 4년간 대한불교 조계종을 이끌어 갈 새 총무원장 선거전이 시작됐다. 오는 31일 투표를 앞두고 21일 후보들은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이날 후보등록을 한 후보는 6명. 법랍 순서대로 정해진 기호는 1번 지관 스님, 기호 2번 정련 스님, 기호 3번 법열 스님(적조사 주지), 4번 월서 스님(총무원 호계원장), 5번 대우 스님(정읍 백련선암 회주), 6번 각명 스님(고양 부황사 주지)이다.
지관 스님(73·?5n사진 오른쪽)은 열반한 전임 총무원장 법장 스님을 지지했던 실천불교승가회와 직지사 연합인 일승회를 비롯한 종단 내 현 여권이 밀고 있다. 정련 스님(63·?5n사진 왼쪽)은 금강회와 보림회 등 여권과 대립 각을 세워온 야권이 밀고 있다. 금강회는 전 대흥사 주지 보선 스님과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 등이 포함돼 있고, 보림회는 법장 총무원장에게 끊임없이 역사문화기념박물관 내부공사 비리를 제기한 영담 스님과 영배 스님 등이 속해 있다. 따라서 요약해 보면 이번 선거는 이날 출마선언을 한 지관 스님(73)과 정련 스님(63)의 사실상 2파전인 셈이다.
6명 출마…기존 양대 세력 지지 2파전 대표은사에 헌신한 효상좌로 종단내 신망 두터워
지관 스님은 1947년 해인사로 자운 스님에게 출가했다. 근대 고승인 운허스님에게 수학한 그는 해인사 주지를 거쳐 동국대 총장(86~90)을 지내고, 91년 가산불교연구원과 불교원전전문학림인 삼학원을 세워 불교 연구를 하고 불교대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을 편찬한 공로로 올해 만해상(학술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 정릉 경국사 조실로 조계종 원로의원이기도 한 지관 스님은 지금도 경국사에서 명륜동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서재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며, 직접 편찬 작업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학승이다.
조계종 총무원 포교원장을 지냈던 부산 내원정사 주지 정련 스님은 1957년 경허-혜월-석호의 법맥을 이은 석암 스님을 은사로 부산 선암사로 출가했다. 그는 부산 구덕체육관 뒤쪽 산에 있는 내원정사를 부산의 대표적인 사찰로 키워내고, 유치원을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해 주목을 받았다. 또 거제도에 중증장애인시설 반야원을 만들어 대중의 보시를 자비로 환원하기도 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내기도 한 그는 3년 전 법장 스님과 종하 스님이 출마한 선거를 앞두고 ‘제 3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두 스님은 학문과 포교에서 ‘최고’로 꼽힌다는 것 외에도 은사에게 효도를 다한 효상좌라는 점에서도 엇비슷하다. 지관 스님은 청정한 율사였던 자운 스님에게 효도를 다했고, 정련 스님은 스승인 석암 스님을 생전에 모셨을 뿐 아니라 사형인 선승 동춘 스님도 모시고 있다. 지관 스님은 따르는 학승들이 많고, 그를 가깝게 보좌하는 제자들로는 고려대장경연구소장 종림 스님과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등이 있다. 또 <불교방송>의 ‘행복한 미소’ 진행자로 최근 ‘화합승가포럼’을 결성해 ‘총무원장 인물론’을 들고 나온 성전 스님 등 소장파 스님들 가운데 정련 스님을 따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두 후보는 종단 안에도 호평을 받아온 인물들이지만 상대 지지 세력들에 의해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두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흑색선전도 일부 나돌고 있다.
또 2003년 정대 스님 열반으로 공석이던 동국대 이사장에 지관 스님을 추대하려다 실패한 현응 스님과 현해 스님(월정사 회주)을 이사장으로 옹립하는데 성공한 정념 스님(월정사 주지)이 사실상 총무원장 선거를 통해 재격돌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선거가 후보들이 그 간 얻어온 평을 선거에서도 지켜내 종단 선거 문화를 변화시킬 지, 다시 한 번 이해득실과 이합집산, 흑색선전에 물들 지 앞으로 10일 간 ‘견지동 1번지’의 움직임에 불자들이 시선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더 이상 종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승가상을 구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두 후보가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27일 오후 3시 서울 견지동 총무원청사에선 청정선거실현승가운동본부와 불교계 언론 등이 공동 주관하는 후보자 종책 토론회가 열려 후보를 검증한다.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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