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자틸라·파욱, 스리랑카 구나라타나 스님 등 수행지도
남방불교의 위파사나 선사들이 한국으로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 뭣고’(이것은 무엇인가) 등의 화두를 의심하는 간화(화두)선이나 ‘관세음보살’, ‘아미타불’ 등을 부르는 염불, 절 등의 수행이 많지만 미얀마, 타이, 스리랑카 등 남방불교의 주요 수행법은 위파사나다. 위파사나는 좌선과 행선(걷기)을 하며, 몸, 마음, 느낌, 법 등 ‘알아차리는’(관찰) 수행으로, 석가모니는 이 수행을 통해 무상, 무아, 고 등 3법인(3가지 진리)을 체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화두선의 종주국을 표방하고 있다면 위파사나의 종주국은 단연 미얀마가 꼽힌다. 오늘날 위파사나를 세계 불교 수행의 주류로 등극시킨 것은 마하시 선사(1904~1982)였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근대 화두선의 중흥조인 경허 선사와 비견되는 인물이다. 미얀마 양곤에 있는 마하시 본원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400여개의 분원이 있다. 이번에 방한한 우 자틸라 선사(70)는 마하시 선사의 제자로, 늘 300여명의 수행자가 붐비는 마하시 본원에서 수행자들을 지도하는 7선사 중 한 명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위빠사나선원’에서 위파사나를 지도하는 묘원법사가 마하시선원에서 수행할 때 그의 자비로움에 감격해 초청했다고 한다.
자틸라 선사는 28일부터 11월 10일까지 한국위빠사나선원에서, 11월 12일부터 20일까지는 경북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 어래산 현정사에서 각각 일반인들에게 위파사나를 지도할 예정이다.
또 위파사나 수행도량인 서울 강서구 가양동 홍원사 법당 낙성법회(28일)를 맞아 미국에서 유명한 스리랑카 수행자인 반테 구나라타나 스님(78)이 26일까지 6일간 수행지도를 한 데 이어 미얀마에서 요즘 가장 각광받는 수행자인 파욱 선사(69)가 27일 방한해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직접 일반인들을 지도한다. 두 스님은 오는 3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홍원사에서 열리는 위파사나 수행에 대한 국제학술대회에 직접 토론자로 나와 수행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예정이다.
파욱 선사는 위파사나를 지도하기 전에 집중력과 삼매력을 키우는 사마타(집중)수행을 시키는 독특한 수행법으로 유명하다.
위파사나 수행의 강점은 한국에선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큰스님이 직접 이틀에 한 번씩 1대1 인터뷰(면담)를 통해 수행을 정확히 점검해줘 잘못 가는 것을 막아주고 수행의 진척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선승들의 선방 안거(겨울과 여름에 3개월씩의 집중 수행)에서조차 입제(시작)와 해제(마침) 때만 방장이나 조실이 법문을 해줄 뿐 중간 점검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에 따라 화두선의 경우 나침반 없이 중구난방식 수행이 횡횡하고, 이에 환멸을 느껴 위파사나 수행을 하는 승려가 늘고, 일반 불자들도 위파사나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그러자 한국의 선승들 사이에서 각성이 일어났다. 올 들어 선승들이 산을 내려와 범어사, 조계사 등에서 화두선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법회를 하고, 조계종 총무원이 간화선 지침서격의 <간화선>을 펴낸 것이 이를 말해준다.
5~6년 전부터 보리수선원(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봉인사(경기도 남양주시 진건면)와 호두마을(충남 천안시 광덕면), 연방죽선원(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등에서 우판디타 선사와 찬미에 선사 등 미얀마의 고승들을 잇달아 초청해 일주일 또는 10일씩 집중 수행을 이끌면서 위파사나 붐이 일어나자 화두선을 하는 선승들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호두마을의 경우 올해부터 우 에인다카 선사가 직접 상주하며 지도해왔다.
잇따른 위파사나 선사들의 방한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내 수행법’의 우위만을 내세우고 상대 수행법을 폄하할 지, 아니면 한국 화두선엔 수행법을 정비해 발전하는 자극제가 되고, 한국의 수행자들에겐 자신에게 맞는 수행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로 승화시킬 지 두고 볼 일이다.
글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사진 법보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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