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빌기 경쟁 ‘돈교 세태’ 종교는 허울”
이 목사 묵언 수행기·법륜 법문집 나란히 펴내결혼 섹스 우문에 “문제 없다” 이구동성 현답
세상엔 다양한 피부색과 종교, 정치적 성향,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산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구별에 함께 살면서도 늘 서로 다른 점을 보고, 미워하고, 싸우고, 죽인다. 과연 우린 무엇이 다른 것일까.
22일 오후 4시 서울 영풍문고 강남점 이벤트홀에서는 <이현주 목사의 꿈일기>와 법륜 스님의 <붓다, 나를 흔들다>의 두 저자인 이 목사와 법륜 스님의 공동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그런 ‘차이’에 대한 관념을 허무는 자리였다. <이현주…>‘꿈일기’는 이 목사가 지난해 1년 간 묵언(말을 하지 않음)수행을 하던 때 꾼 꿈을 놓고 쓴 일기다. <붓다…>는 법륜 스님이 정토회에서 한 법문 가운데 붓다를 만나 삶이 변화된 사람들의 얘기로 엮었다. 법륜 스님은 정토회의 지도법사로 수행결사체를 이끌며, 인도와 아프가니스탄, 북한 등에서 난민과 기아자들 돕기에 헌신하고 있다. ‘도 닦는 목사’로 알려진 이 목사는 목회 현장을 떠나 충북 충주에서 동화와 시 등을 쓰고 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가 “여기엔 크리스천도 많고, 불자들도 많다”고 얘기하자 이 목사는 “(크리스천이나 불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수는 나사렛 사람, 혹은 아브라함의 후손 등으로 불렸지만, 자신은 ‘사람의 아들’이라고 했고, 붓다도 깨달은 ‘사람’이 아니냐”며 “사람의 자리로 돌아가면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물었다. 법륜 스님은 현대 종교인들의 실상을 들어 종교간 ‘무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부처님을 믿어야 돈이 더 잘 벌린다’, ‘아니다 예수님을 믿어야 돈이 더 잘 벌린다’고 서로 복빌기 경쟁을 하는 현대 종교의 모습으로, 기독교와 불교가 있는 게 아니라 ‘돈교’라는 하나의 종교가 있는 것 아니냐”며 “‘종교’라는 허울을 넘어설 때 구도자로서의 예수와 부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본 정토회 박석동 기획실장과 200여명의 독자들은 목사와 스님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 목사는 “왜 묵언을 했느냐”고 질문에 “그 동안 너무 많이 떠들어서 스스로 근신하는 의미에서 했지만, 성대를 울리지만 않을 뿐 말을 하고 있더라”고 했다.
결혼과 섹스 등을 주제로 한 대화 도중 한 독자가 “(결혼하지 않은 출가자의 삶이) 외롭지 않느냐”는 물음에 법륜 스님은 “매년 3주 정도 단식을 하는데, 단식할 때 사람들이 하는 가장 바보 같은 질문 중 하나가 ‘배 안 고프냐’는 것”이라며 “밥을 굶으면 배가 고픈 줄을 알면서도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므로, 단식을 하면 배는 고프지만 그것이 문제는 안 된다”고 독신자 삶을 설명했다.
반대로 이 목사에겐 ‘구도 여정에 결혼이 장애가 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이 갔다. 이 목사는 “철없었을 때는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장애란 그것이 장애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장애지만 이를 디딤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법륜 스님은 “붓다가 아들을 ‘라훌라’(장애)라고 지은 것은 깨닫기 전 일”이라면서 “혼자 사는 이가 늘 외로워하고, 결혼한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바보지만, 결혼한 사람이 늘 서로 미워하고, 원망하며 자기 인생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도 바보 아니냐”고 했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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