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를 지키지 않으면 선정도 지혜도 없다”
“‘살생하지 말라’ 했으니, 이를 능히 지키겠는가?”
“예, 능히 지키겠습니다.”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했으니, 이를 능히 지키겠는가?”
“예, 능히 지키겠습니다.”
5계나 10계 외에 출가자는 비구의 경우 250계, 비구니는 348계를 받아야(지키기로 약속) 비로소 정식 승려가 될 수 있다. 계율은 인류의 가장 성숙한 공동체 중 하나로 평가받는 승가공동체를 유지시키는 근간이었다. 계율이 흐트러질 때 승가공동체도 위기를 맞았고, 수행도 무르익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불교의 3학(계율· 선정·지혜) 가운데 계는 늘 맨 앞자리에 섰다.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지관 스님(73)이 <한국불교계율전통>(가산불교문화연구원 펴냄)을 냈다. 지관 스님은 동국대 총장을 지낸 대표적인 불교학승이기도 하지만 율사(계를 주는 스승)이기도 하다. 효상좌(스승의 뜻을 잘 받드는 제자)로 알려진 지관 스님의 은사는 근현대 한국불교의 계율의 토대를 다진 자운 스님(1911~1992)이다.
성철 스님의 가장 절친한 도반이기도 했던 자운 스님은 평생 계를 청정하게 지켰으며, 무려 수십만 명의 불자에게 계를 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불교를 억압한 조선 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수계(석가모니로부터 계를 면면히 이어받은 계사로부터 계를 받음) 전통이 끊긴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 현대엔 이미 한국에서 승려가 된 이들 가운데 타이나 스리랑카 등 남방불교나 중국에 가서 계를 받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관 스님은 사료를 통해 스님 400여명의 행장을 검토한 결과 조선 시대에도 수계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왔음을 발견해 이를 정리했다. 지관 스님은 “중국에서도 명나라 때는 불교가 쇠퇴하고, 남방에도 폐불(불교가 사라짐)된 때가 있었기 때문에 수계 전통에 부침이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도 상황이 어려울 때가 많았지만 서산·사명대사와 환성 지안 대사 등에 의해 수계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왔다”고 말했다.
계를 소홀히 취급하기도 하는 한국 불교 일부의 풍토에 대해 지관 스님은 “계를 지키지 않으면, 선정을 얻을 수 없고, 선정이 없으면 지혜가 생길 수 없다”면서, “‘걸림 없는 행’은 깨달은 사람만이 하는 소리일 뿐, 초심자를 크게 그르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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