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가톨릭대 연구 주목 개신교와 가톨릭은 개화시기에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들어왔다. 그리스도교는 어느 동아시아 국가에서와 달리 불과 200여년 만에 한국에 안착했다. 불교와 유교, 무속 등 동양의 전통 문화에 그리스도교는 엉청난 빅뱅을 불러왔고, 사람들의 의식구조에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근현대사 연구에서 ‘그리스도교’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신대와 가톨릭대가 각각 내놓은 연구 프로젝트 보고서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리스도교가 한국 사회와 문화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이들 연구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지난 2002년 기초학문을 육성하기 위해 공모한 인문사회분야지원 과제로 채택돼 이뤄졌다. 한신대는 20명의 박사와 40명의 석사 등 60명이 22개의 주제를 놓고 연구했다. 가톨릭대는 6명의 교수와 8명의 박사연구원, 16명의 대학원생과 대학생 보조연구원의 연구로 42편의 논문을 내놓았다.
연구 결과는 교육부가 보강하기로 한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관심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욱 높아가고 있다. 가톨릭대에 교황청대학과 미국 데이튼대, 오스트리아 찰츠부르크대, 스위스 브리부르대 등에서 협력 의뢰가 오고, 한신대에도 한국과 동아시아, 종교, 문명 등을 연구하는 세계의 대학들로부터 학술 교류 제안이 답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그리스도교가 전파된 다른 나라에서 그리스도교는 흔히 식민종주국의 종교로서 그 민족의 정신과 역사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반면 한국에선 조선왕조의 쇠퇴와 몰락 과정에서 새 나라를 열망한 민중과 지식인들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흔히 외래종교는 지배 권력과 지배종교에 의해 밀려나거나 탄압받음으로써 민중과 직접 만나기 어렵고 역사와 사회의 중심에 서기 힘든데도 일제 식민통치를 겪으며 그리스도교는 자유롭게 민중과 만났고,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다.
또 서구 사회가 근현대에 탈종교화 과정을 겪은 것과 달리 한국에선 같은 시기에 비판적 이성과 종교 영성이 결합해 역사의 중심으로 등장했다고 보았다. 한신대 연구팀은 이런 경험들이 지구화와 생태학적 위기 속에서 생명과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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