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륵사 6일 머물다 또 잠적 “장 활동 멈춰…물 두컵 연명”
행방이 묘연했던 ‘도롱뇽 지킴이’ 지율 스님이 80여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부터 지율 스님이 머물렀던 경기도 여주 신륵사의 주지 세영 스님(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은 “지율 스님이 일체 음식물을 끊어 물을 마셔도 구토를 하기 때문에 하루에 두 컵 정도의 물만으로 지탱하고 있다”며 “6일 여주 고려병원 내과원장을 불러 진찰을 한 결과, 장 활동이 완전히 멈췄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9일 말했다.
8일에는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대표)이 연락을 받고 와 단식 중단을 설득했으나 지율 스님은 “내가 죽어야 천성산이 산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세영 스님은 “‘살아서 함께 천성산을 살리자’고 설득했지만, 6일 간 삶을 정리하는 그의 철학을 들었다”면서 “단식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자신의 은신처가 알려지자, 8일 밤 행방을 알리지 않은 채 신륵사를 혼자서 떠났다. 경찰은 지율 스님이 8일 저녁 9시께 충주에서 택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 충주시 연수동에는 지율 스님의 여동생이 살고 있다.
지율 스님은 그동안 경부고속철도 천성산터널 공사를 반대하면서 4차례(38일, 45일, 58일, 100일)에 걸쳐 무려 241일간 단식을 한 바 있다.
한편, 천성산 환경공동조사가 무산돼 지난달 30일 철도시설공단은 천성산의 터널 발파 공사를 시작했다. 울산지법은 시공사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된 지율 스님에 대해 28일 구금영장을 발부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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