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밖 문제 필요할땐 말할 수밖에”
“북한엔 신부나 수녀가 없다. 교황은 가톨릭 성직자가 영접하게 돼 있다. 교황께서 북한을 방문하면 누가 영접할 수 있겠는가. ”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3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서임 뒤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교황의 북한 방문 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 동안 북에 대해 한국 국적이건 외국 국적이건 신부 한 명이라도 상주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교황 방문 역시 때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냈다.
정 추기경은 교황이 자신을 추기경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서울대교구장만이 아니라 평양교구장을 맡고 있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란 점에 동의하면서, “북한엔 서울대교구에서만 지난 10년간 100억여 원 상당의 식량과 물품 등을 전달했듯이 앞으로도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 간 화해에 대해 파리 몽마르트언덕에 있는 성심성당에 대해 길게 언급하며 “회개와 보속이 먼저”임을 강조했다. 그는 “프러시아와 프랑스가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어 벌인 전쟁에 대해 회개하고 보속하기 위해 프랑스 사람들이 헌금으로 지어진 이 성당에선 100여 년간 회개하고 보속하는 성체강복이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져 왔다”며 “문산 통일동산에 조성한 추진한 ‘회개와 보속을 위한 상징물’도 이를 본 딴 것”이라고 했다.
정 추기경은 사학법 개정에 대해 반대한 것에 대해선 “고교시절이 인생의 황금기인데,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은 수능 점수 1, 2점에 목을 메는 기계”라며, “세계의 지도자를 배출할 교육시스템을 만들어가야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이어 “교회 밖의 문제에 대해선 섣불리 잘 모르면서 발언하는 것이 온당치 않기에 발언을 자제해 왔다”면서 “그러나 하느님의 분명한 원칙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는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추기경 서임에 대해 불교와 개신교에 대해서 축하해준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며 “스님과 교무, 수녀가 손을 맞잡고 성지순례를 함께 한 삼소회 같은 활동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종교간 화합을 강조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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