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총부 ‘천도교 약사’ 펴내
“아버지께서는 의관을 벗으시고 안방과 사랑방을 마음대로 출입하시는데 어머니는 왜 문밖을 자주 나다니시지 못하고 안방에만 계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면 먼저 절을 하는데 아버지는 어째서 먼저 절을 하지 않습니까?”
19세기 우리나라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남존여비와 반상의 차별에 대해서도 소년 최제우(1824~64)는 예리한 문제의식으로 부모에게 질문하곤 했다. 1860년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라는 무극대도를 체험한 수운 최제우는 가장 먼저 부인 박씨에게 3배를 드리고, 두 몸종을 수양딸과 며느리로 삼았다. 2대 교주 해월 최시형(1827~98)도 ‘평등’을 관념이 아닌 삶으로 실천했다. 1891년 호남지역을 순회하던 해월은 호남의 우도 두령인 윤상오와 좌도 두령인 남계천이 문벌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화가 그치지 않는 것을 보고는 문벌이 낮은 남계천을 호남좌우도편의장으로 삼았다.
천도교가 이 세상에 나온 지 146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천도교 역사를 세세히 담은 <천도교 약사>(천도교중앙총부 교서편찬위원회 펴냄)를 천도교 중앙총부가 냈다.
여러 증언들을 모아 낸 책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는 얘기들이 등장한다. 중병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의령 김공서의 외아들과 경주 부윤 김씨의 부인을 수운이 완치시키는 이적을 베풀었다고 한다. 또 수운이 대구 관덕당에서 참형을 당할 때 형졸이 몇 번이나 목을 내리쳤으나 목에 아무런 흔적조차 나지 않았으나, 수운이 청수를 갖다놓게 하고 묵도를 한 뒤 다시 내리치게 해 참형을 받는 내용도 나온다. 또 3대교주인 의암 손병희가 3·1운동 이후 애국지사에 의해 대통령으로 추대되는 등 천도교가 독립운동과 개혁운동, 민족운동에 앞장 선 비사들도 소개된다. 2만원.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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