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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몸까지 나눠주고 천국으로

등록 2006-04-11 17:44

부활절의미 되살린 두사람‘반쪽 목사’ 전생수

충북 충주의 참새 둥지 같은 조그만 시골교회에서 마을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던 목사가 갑자기 쓰러졌다. 뇌졸중이었다. 불과 51살에 그는 회생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그의 유언에 따라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장기 적출 수술을 위해 병원을 옮겨야 했지만 가족들은 퇴원비조차 모자랐다. 퇴원비는 280만원이었지만, 그와 가족의 전 재산은 140만원뿐이었다. 전 재산에 빚까지 더한 뒤 그의 각막과 신장은 두 사람에게, 간장은 다른 한 명에게 나눠졌다. 심판막과 연골도 나눈 뒤 시신은 화장돼 고향의 나무 아래 뿌려졌다. 추평교회 전생수 목사는 지난해 10월 그렇게 떠났다.

‘나는 오늘까지 주변인으로 살게 된 것을 감사하고/모아 놓은 재산 하나 없는 것을 감사하고/목회를 하면서 호의호식하지 않으면서도 모자라지 않게/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이 땅에서 다른 무슨 배경 하나 없이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고/앞으로도 더 얻을 것도 없고 더 누릴 것도 없다는 것에/또한 감사하노라.//사람들의 탐욕은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치솟고/사람들의 욕망은 멈출 줄 모르고 내달리며/세상의 마음은 흉흉하기 그지없는 때에/아무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노라.’

시골마을 사람들과 동고동락지난해 10월 뇌졸중으로 세상떠, 장기기증으로 감사하는 삶 매듭

정규 신학교를 마치지 않았다고 스스로 ‘반쪽 목사’라고 부르거나 ‘촌놈’이란 뜻의 ‘만득이’로 자칭했던 전 목사는 그의 죽음을 예건한 듯 2년 전 유언장에서 이렇게 썼다. 그야말로 성취 지향의 세속인이 보기엔 감사할 것 하나 없는 삶에 대해 그는 온통 감사로 시작해 감사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의 쓸모 있는 것은 모두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라고 당부했다.

‘반쪽 목사 전생수의 못 다한 이야기’가 〈더 얻을 것도 더 누릴 것도 없는 삶〉(kmc펴냄)으로 나왔다. 전 목사가 시골사람들과 하나 되어 살며 썼던 글들에 그를 사랑하는 지인들이 글을 보탰다.

전 목사는 1981년 강원도 강릉의 금산교회를 개척했고 8년 뒤 시온교회를 맡으면서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엄혹한 독재의 시절이 간 1995년 충주 추평교회로 옮긴 뒤부터 오히려 수도자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시골 교회 예배당 강단에 앉아 그는 겨울에도 담요 한 장 두르지 않고 밤샘 철야기도를 하곤 했다. 그가 쓰러진 날도 그랬다.

그는 부활절을 앞둔 사순절 때면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생각하며 보름씩 단식을 했다. 그러면서도 금식이니 단식이니 철야기도보다 내 것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는 삶이 더 소중하다고 했다. 그는 그토록 사랑하는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들것에 실려 나오는 것을 보면서도 “하나님, 이렇게 지켜주신 것에 감사합니다”며 “사고를 낸 아저씨 아주머니의 마음도 평안케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남에 대한 배려와 달리 자신과 가족의 가난엔 무심했지만 아내와 딸 한나, 아들 보람이는 그를 사랑했다. 그의 아내 박영자씨는 속초 영랑호 근처에서 영세민들을 돌보며 남편의 비움과 나눔의 삶을 잇고 있다. 전 목사가 시골 예배당에서 모든 것을 비워냈던 고난주간이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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