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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푸른 눈 제자들 증언으로 환생한 ‘숭산 스님’

등록 2006-04-27 19:23

“왜 미국 와 포교하냐”에 “바로 너 때문”

뉴욕 할렘가 문 연 선원 30여 나라 130곳으로

세계에 한국의 선을 전한 숭산 스님(사진)이 열반한 지 1년 뒤인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국적과 인종이 갖가지인 그의 제자 2천여명이 다시 모였다.

숭산의 문도들이 3년마다 여는 세계일화대회에선 2박3일간 법문과 선문답이 이어졌다. 한 제자가 연단 앞에 나와 “도대체 불법의 궁극적인 진리가 무엇이기에, 전세계로부터 온 우리가 지금 여기에 모여 있는가”라고 물었다. 다른 제자인 외국인 선사는 침묵했다. 이어 물음을 던진 제자가 갑자기 연단으로 내려와 그 제자를 끌어안았다. 좌중에선 감동의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숭산의 육신은 갔지만 법신(진리)은 이렇게 살아서 감동을 잇고 있다. 그가 불과 23살의 나이로 견성했을 때 이를 인가하던 스승 고봉 선사가 “네 법이 세계에 퍼질 것”이라고 예언한 대로다.

이번엔 숭산의 삶이 그의 일대기로 환생했다. 〈삶의 나침반1,2〉(열림원 펴냄)이다.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엮고, 숭산의 영어법문집인 〈선의 나침반〉을 번역할 만큼 숭산, 그리고 그의 제자 현각 스님과 각별했던 허문명(기자)씨가 외국인 제자들의 증언을 통해 숭산의 삶을 재현해냈다.

32살에 화계사 주지, 34살에 불교신문사 사장, 36살에 조계종 비상종회 의장을 지냈으니, 대우나 받으며 편히 살 수 있었지만 그는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서구의 젊은이들을 구제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46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숭산이 할렘가에 방을 얻어놓고 영어 한마디 못하는 벙어리로, 세탁소에서 일하며 한 명 또 한 명의 제자들과 만나는 장면들이 선명하게 소개됐다.

할렘가의 낡은 아파트에서 시작된 선원은 세계 30여 나라에 130여 곳으로 늘었고, 100여 명의 외국인들이 한국 불교에 귀의해 스님이 되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책에선 그를 달라이 라마, 틱낫한, 마하 거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생불로 소개하기도 했다.

어느 날 미국인 제자가 “왜 미국에 와서 포교하느냐”고 물었다. 숭산이 대답했다. “바로 너 때문이다.”

2500년간 전등록과 벽암록의 벽장에 갇힌 진리를 서양 젊은이에게 살아 있는 언어로 내놓은 그의 문답이 그의 티 없는 웃음만큼이나 시원하게 다가선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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