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경축드립니다”
“입양시설 운영 존경스럽네요”
서울 성북동 가톨릭입양시설인 성가정입양원에서 불교와 가톨릭의 수장이 만났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불교계 시설을 방문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27일 오후 3시 가톨릭복지시설인 성가정입양원을 방문했다.
10분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정진석 추기경은 불교계 700여개 사회복지시설을 두고 총무원 부장 등 10여명의 스님들과 함께 가톨릭 시설을 찾아준 지관 스님에게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드린다”며 반갑게 맞았다.
지관 스님도 “비록 같은 종교가 아닐지라도 마음으로는 같은 정서를 갖고 있었다”며 “이곳에 와보니 종교가 참으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같아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또 “추기경님이 더욱 건강하기를 기원한다”고 했고, 정 추기경은 활짝 웃음으로 화답했다.
정 추기경이 “생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이상적이지만, 사정상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돌보고 있다”고 말했고, 성가정입양원의 서숙경 입양기획과장이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 기르자’고 호소하지만 여전히 혈연 중심의 사고 때문에 국내엔 1461명이 입양된 반면 해외엔 2001명이 입양되었다”고 설명했다.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지관 스님은 1천만원 성금을 성가정입양원에 전달했다.
이곳에 보호 중인 아이들은 현재 53명. 지관 스님과 정 추기경은 함께 영아들이 누워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둘이 함께 아이들을 껴안았다. 정 추기경이 “여기 있는 아이들은 그래도 복이 있다”고 하자 지관 스님은 “힘 닿는 대로 돕겠다”고 했다. 지관 스님은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은 어린이날과 겹쳤다”며 “부처님 마음이 바로 어린이 마음”이라고 말했다.
붓다의 자비와 예수의 사랑으로 함께 어우러진 품에서 아이가 생긋 웃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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