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관련 책이 쏟아져…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때에는 불교 관련 책이 쏟아진다. 동시 다발 출판으로 오히려 좋은 책이 사장 되는 경우도 많다.
■ 선사들의 책
붓다의 팔만사천경을 단 한자로 줄이면 ‘심’(心·마음)이라고 했다. 이 마음을 직관하게 하는 ‘선서’들이 나왔다. <선이란 무엇인가>(이론과실천 펴냄)를 쓴 스즈키 다이세쓰(1970~1966)는 선불교를 근현대 서양에 최초로 알린 불교학자이다. 승려는 아니지만 직접 참선을 해 선을 체험한 선사이기도 한 그의 가르침은 에리히 프롬과 칼 구스타프 융 등 서구사회의 대표적인 지성들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1927년부터 2년 간 오사카의 사찰에서 벌인 10여 차례의 강연 기록을 모은 것이다. 그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선불교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스즈키 다이세쓰가 동양에 선을 알린 전도사라면, 동시대를 살던 우리나라의 만공 선사와 한암 선사는 깊은 산사에서 ‘선의 정수’를 되살려낸 사자였다. 만공과 한암은 망해가던 조선 선불교를 단박에 일으켜 세운 풍운아 경허선사의 제자들이다. 둘은 한 바탕이었으나, 드러난 행(行)은 전혀 달랐다. 만공은 스승 경허처럼 주색에 걸림이 없는 대자유인이었고, 한암은 언행에서 붓다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는 승가의 사표였다. 만공의 법어와 일화를 소개한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오후어 펴냄·성각 스님 엮음)와 25명의 생생한 증언을 기록한 <그리운 스승 한암 스님>(민족사 펴냄·김광식 씀)은 둘을 비교해 읽는 재미가 있다.
또 선불교를 연구한 박사이자 선원에서 수행한 선승인 월암 스님이 <간화정로 간화선을 말한다>(현대북스 펴냄)에서 선종 초기부터 간화선과 묵조선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풀어 실참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선(禪), 침묵의 천둥소리>(김영사 펴냄)는 비구니 스님으로서 국내외에 선풍을 일으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불자들을 이끌고 있는 한마음선원 대행 스님의 설법을 <현대불교신문> 창업주인 김시행씨가 풀었다. 자기 삶의 노예가 아닌 주인공으로 살라는 천둥 같은 가르침을 전한다.
■ 불법의 향기를 전하는 책
차별성이 두드러진 책으론 사리자, 목건련, 마하 가섭, 수보리 등 석가모니 10대 제자들의 극적인 삶을 소개한 <부처님의 십대제자>(광문각 펴냄)다. 편저자는 방송 작가 출신인 성각 스님이다. 인도에서 신통력으로 천하제일이었던 목견련이 이교도들에게 돌로 맞아 죽어가면서도 아무런 분노를 내지 않고 죽어가는 모습이 붓다의 진정한 가르침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또 달라이라마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선사인 틱낫한의 책 2권이 또 나왔다. <틱낫한이 전하는 마음의 평안 정>(지식의숲 펴냄, 허문명 옮김)은 폭력의 근원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폭력의 근원엔 두려움이 있으며, 내면의 평온함이 없이는 두려움과 절망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틱낫한이 오사마 빈 라덴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에서 세상을 평화로 이끄는 길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다.
<틱낫한 스님의 아미타경>(미토스 펴냄, 진현종 옮김)은 대표적인 타력신앙으로 꼽히는 아미타불을 부르는 수행이 곧 선과 다름 없이 ‘지금 여기에서 극락을 이루는’ 수행임을 깨우쳐준다.
조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