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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내 자식 사랑, 이젠 세상 자식들에 돌려야지”

등록 2006-05-08 18:39

홀로 장애 자식·손자 키운 김쌍금례 할머니

이웃도움 못잊어 정신지체장애인에 1억 기부

사회복지시설에 살며 100수를 눈 앞에 둔 할머니가 8일 평생 모은 1억원을 익산 ‘작은자매의집’ 정신지체장애인을 위해 써달라며 선뜻 내놓았다. 안성 미리내성지 가톨릭노인복지시설 유무상통마을 김쌍금례(98) 할머니가 주인공. 1908년 전라도 광주 출신인 그는 16살에 시집 가 얼마 안돼 일자리 찾아 떠난 남편과 일본으로 건너갔다. 삯바느질 하다 해방후 1남3녀를 데리고 귀국. 남편을 먼저 보내고 자식들과 어렵게 살던 시절은 고생 축에도 들지 않는다. 진짜 고생은 마흔 넘어 시작됐다. 서울 남산 아래서 함께 살던 며느리가 손자를 낳다가 세상을 등졌다. 난산 끝에 난 손자는 소아마비가 됐고, 아들은 집을 나갔다. 젖도 떼기 전 한살배기 손녀와 핏덩이 손자는 온전히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지난날을 회고하던 할머니가 눈물을 훔쳤다. 설움이 고운 얼굴 속 파노라마처럼 그려졌다. “사람들이 참 고마웠어. 그걸 어찌 잊겠소.” 할머니는 밑도 끝도 없이 고마움부터 표했다. 머리가 새하얗도록 결코 잊혀지지 않은 것은 장애 가진 손자를 살린 연탄 한장이라고 했다. “남의 집 문간채 살았는데, 한겨울에도 연탄 살 돈이 없어 덜덜 떨고만 있었어. 소아마비 손자가 손발이 부어올라 끌어안고 울고 있었지. 이웃집 아주머니가 ‘그 지경 되도록 울고만 있느냐’면서 연탄을 갖다 주더라고. 핏덩이 손자들과 냉방에서 얼어죽어간다는 소문을 들은 남산골 사람들이 연탄 한장씩 갖다 줬어. 문간 채가 연탄 창고가 됐어.”

할머니가 기억하는 이웃들 은혜는 그뿐이 아니었다. “손주들 업고 다니면서 아이들 먹이느라 내 목구멍엔 아무 것도 넣지 않았어. 어느 날 길거리에 쓰러졌어. 사람들이 한의원에 데려갔는데, 영양실조에 걸렸다면서 ’돌아가시면 손자들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보약 반재를 공짜로 지어주더라고. 먹고 살아났지.”

나이 들어 손자를 돌보기 어렵게 된 할머니는 양평 장애인시설에 보내고, 유무상통마을에 들어왔다. 이번엔 손자 대신 집 나갔다 정신이상 돼 돌아온 ‘늙어버린 아들’과 함께였다. 자식은 어머니를 버려도 어머니는 자식을 버릴 수 없었다. ‘74살 난 아들’을 데리고 한 방에서 지내는 할머니는 “내 아들이나 손자 같은 장애인을 보면 옷이라도 벗어주고 싶다”고 했다. “이웃 덕에 손자도 안 얼어 죽고 살아났는데, 조금이라도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야제.”

할머니가 쥐어준 통장을 받아든 ‘작은자매의집’ 이혜숙 최수옥 수녀는 “너무나 귀한 돈”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성/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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