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문화다양성 파괴” 일침 돈이 전부가 된 세상, 많이 벌어 많이 쓰는 게 행복이라는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 이번 학술회의는 현재 지구를 지배하는 가치관에 대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논객들은 미리 배포한 발표 자료에서 서구적 가치관이 지닌 치명적 결함과 함께 지구 생명의 공생을 위한 대안을 내놓았다.
■ 서구 문명 과연 행복을 가져다주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상품 소비로 대변되는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16년간 히말라야 라다크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토대로 “오래된 문화는 자연적 한계를 존중하면서도 인간의 근본적인 필요를 충족시켰고, 전통적인 체계 내의 다양한 연결 관계들의 조화와 안정성을 서로 강화하고 북돋워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라다크 사람들이 오늘날보다 1970년대 중반 서양 방식의 발전이 도착하기 전이 훨씬 더 행복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호지는 “세계화된 경제란 ‘동질적인 소비의 세계’”라며 “모든 곳의 사람들이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재료로 지어진 집에서 사는 세계”라고 정의했다. 모든 사회가 똑같이 집중적으로 관리되는 경제에 의존하고, 같은 언어를 말하고, 같은 미디어 이미지를 소비하고, 심지어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세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가 문화적 다양성을 파괴하고, 단일문화로 지배되는 세상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요한 갈퉁은 행복의 범위를 인간에서 모든 생명으로 확대해, 각 종교의 가치관의 한계와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망했다. 그는 “인간 이외의 다른 존재들마저도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여길 필요가 있으며,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행복과 고통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들 역시 기본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멀리하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불교를 이에 가장 부합하는 종교로 평가했다.
■ 대안적 지혜
홍기삼 동국대 총장의 기조 강연은 서구 문명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았다.
홍 총장은 “250년의 산업문명이 자기 나이의 40배에 해당하는 기간동안 인류의 삶을 책임져왔던 농업문명을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전복시키고, 40억년간을 이어온 생명을 위협하는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도발적인 산업문명이 보여준 생산양식의 변화는 생명과 환경 그리고 그 속의 인간 모두를 파멸로 몰고 가는 생태계 위기를 의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연 생태계의 개발을 추구하는 경제학(economy)과 자연 생태계의 보전을 지향하는 생태학(ecology)이 전혀 다른 성격의 학문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사실 이코노미와 에콜로지는 오이코스 또는 에코(eco)를 공통의 어원으로 하고 있다”며 “만약 이제까지 그래왔듯 경제학이 생명보호보다는 생명 파괴를 담보로 인류에게 맹목적으로 성장과 번영이라는 꿈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불과 200년 남짓 지속되어온 경제학 논리로 지구의 오랜 생명의 체계인 생태학을 재단하는 과도한 오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환경 위기의 대안으로 “상호 의존의 원리에 기초한 새로운 협동과 책임의 윤리”를 강조했다. (생명과 인류는) 상호 의존하고 있으므로 상호 존중해야하는 것이 지식기반사회에 합당한 지혜라는 것이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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