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거절당한 자운 스님·주먹다짐까지 했던 향곡 스님
‘아비라 기도’ 따라하다 깨달은 보살들 신도들 이야기도
생전 인연맺은 지인들 회고담 나와
“머리통이 이상하게 생겼제? 청담 스님은 머리가 미끈하게 생겨 마음이 좋은데, 나는 머리가 이리 울퉁불퉁해 성질이 괴팍한가 봐.”
성철 스님은 자기 머리를 깎아주는 일타(1929~99) 스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성격이 괴팍했던 성철 스님은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은사)이 〈범망경〉(초기불교 경전)을 툭 던지며 토를 달아 달라고 하자, “뭣이 어째. 토를 달아 줘? 엎드려 삼배를 하고 부탁해도 달아 줄까 말까 한데. 이게 어디서 배워먹은 행동이야?”라고 했다. 용성문중에서 사숙벌이요, 세랍으로도 한 살 많은 자운 스님은 성철 스님의 이 말에 부아가 올라 그야말로 공부를 ‘되게’ 해 〈범망경〉에 일가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또 평생의 도반이던 향곡 스님(부산 해운정사 조실 진제 스님의 법은사)을 데리러 갔다가 그가 따라나서지 않자 “향곡이 너, 저 건너 보살 절의 예쁜 처자 때문에 여기 살라카나?”라고 말했다가 그와 주먹다짐까지 했다. 향곡 스님은 그 후 그곳에서 발심해 견성했다고 한다.
성철 스님이 그토록 도반들의 분심을 일으킨 일화는 일타 스님이 생전에 회고한 것이다. 일타 스님과 현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등 성철 스님을 만나본 11명이 ‘성철 스님과의 인연’을 회고한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아름다운인연 펴냄)가 나왔다.
가야산 백련암에서 지금도 ‘왕보살님’으로 불리는 천진성 보살은 성철 스님 생전에 듣던 법문 요약 메모지를 공개했다.
“첫째, 자기 허물을 알자. 둘째, 진실한 참회는 성불한다. 셋째, 타인에게 지고 산다. 넷째, 사주보다 관상이 좋고, 관상보다 심상이 좋다. 다섯째, 지극한 기도와 착한 마음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여섯째, 인간은 욕망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허욕에 찬 지나친 욕망은 죄만 짓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철 스님은 백련암 신도들에게 대불능엄신주를 외우고 장궤(무릎을 꿇은 채 바로 섬) 자세로 하는 아비라 기도를 시켰다. 성철 스님의 제자 원소 스님은 일자무식의 시골 할머니가 능엄신주를 외운 뒤 화두 참선에 나서 동정일여(참선할 때나 움직일 때나 마음이 부동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얘기를 들려주고, 성철 스님 생전부터 백련암에서 아비라 기도를 했던 남자비심 보살은 성철 스님이 열반한 한달 뒤 백련암에서 아비라 기도를 하던 중 탱화의 방광(빛이 남)을 본 체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