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숙 수녀 사제 준비 과정 입문
“주여, 이 성유로 사제의 손을 축복하시고 거룩하게 하소서, 아멘.”
2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주교좌대성당에서 박경조 주교가 오인숙 카타리나(66) 수녀 손에 십자성호를 그으며 축복했다. 한국 최초로 수녀 출신 부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부제는 사제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오 수녀는 1년 뒤 사제 서품을 받으면 사제 또는 신모로 불리며, 수녀원에서 남성 신부를 초청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미사를 집전할 수 있게 된다.
로마가톨릭은 지금까지 여성 사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성공회는 여성이 사제가 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도 신학을 전공한 여성 9명이 성공회 사제가 되었다. 그러나 수녀가 부제품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 세계적으로도 수녀로서 사제가 된 여성은 1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 수녀는 이날 사제 서품자 7명, 부제 서품자 8명과 함께 3천여명의 신도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품을 받았다. 삼소회 회원인 불교 선재·혜성·혜조 스님, 원불교의 지정·형일 교무, 가톨릭 마리 코오르 수녀 등이 서품을 축하했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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