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 달리본 ‘성서의 풍속’ 펴내 뱀은 <성서>의 <창세기>에 하와를 죄에 빠뜨리는 유혹자로 등장한다. 뱀은 조상 탓(?), 또는 <성서>의 언급 때문에 오랫 동안 ’교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어떤 지방에선 아예 뱀의 씨를 말렸을 정도다. 과연 고대인들이 뱀을 그렇게만 생각했던 것일까.
가톨릭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허영엽 신부는 <성서의 풍속>(도서출판 이유 펴냄)에서 ‘같은 것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뱀은 고대인들에게 풍요와 다산, 불멸의 영원성을 의미했고, ‘모세의 이야기’에선 ‘구원의 상징’으로 쓰인다고 설명한다. 또 <신약성서>에서 예수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양순해라!”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허 신부는 이런 상대적인 평가가 가르치는 지혜를 전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세상에 어떤 것도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다 상대적이고 변한다. 오늘 나쁜 것이 내일은 좋을 수도 있다.”
돼지는 또 어떤가. <성서>에서 돼지는 금기의 상징이자, 이방인의 상징이다. 유대인들은 돼지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를 꺼려해 ‘흰고기’라고 했단다. 이에 대해 저자는 “돼지는 인간이 먹는 곡식을 먹이로 하기에 곡물이 부족한 사막 지형에선 기르기가 어려워 팔레스타인 지방에는 돼지가 없었다”면서, 이스라엘민족이 바빌론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이방인들이 기르던 돼지에 대해 느꼈던 좋지 않은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았다.
허 신부는 <성서>를 읽으며 궁금할 법한 동물들과 사물, 그림, 상징 등의 의미를 풀이해 성서의 고장들과 인물들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하도록 했다. 정진석 추기경과 이해인 수녀, 황정민 <한국방송> 아나운서가 추천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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