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주 연구원 ‘달마선’ 펴내껍데기만 남은 선 풍토 비판
한국 불교의 주류 수행법은 화두선이다. 염불, 주력, 절, 간경 등 여러 수행 방편이 통용되는 통불교 전통이긴 하지만, 화두선의 문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사이비’로 배척되기 일쑤다.
그런데 이번엔 역으로 화두선을 하는 선사들보다 대선배격인 붓다와 달마대사를 들어 화두선을 내리친 책이 등장했다. <달마선>(운주사 펴냄)이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을 거친 박건주 전남대종교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이 썼다. 그
가 기준으로 삼은 것은 달마의 선이다. 달마선은 <능가경>에 의거했기에 능가선으로 부른다고 한다.
“이 <능가경>이 후에는 변하여 이름만 남을 것이니 이 얼마나 비통한 일인가.”(속고승전 권 16 혜가전)
그는 달마의 제자인 혜가 대사의 예언을 빌어 화두선의 등장으로 왜곡되고 오해되어 정통선의 자취가 희미해져버린 선의 풍토에 대해 통탄한다. 화두선의 등장 이후 선종사에 대한 이해가 왜곡되고, 여래선과 조사선, 돈점법(단박에 깨닫는 법과 점차적으로 깨닫는 법) 등의 용어가 기본적인 교의조차 갖추지 못한 채 난무하면서 사이비가 정통이 되고, 정통이 사이비가 되었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그러나 이 책이 비판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능가경>의 요지를 통해 선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부처님께서 무엇을 깨달으시어 영원히 생사에서 해탈하셨는가. 바로 무생법인(無生法忍·모든 존재가 본래 생겨난 바 없다는 진리)이다. 본래 무생인데 죽음이 어디에 있겠는가. 왜 일체법(모든 존재)이 무생인가. 오직 일심일 뿐이기 때문이다. 왜 오직 일심인가. 마음 밖엔 아무 것도 없고, 오직 심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일체가 꿈에서 일어난 것이다. 내가 꿈속에서 지리산을 갔다 한들 깨고 나면 언제 간 바가 없다.”
그는 “대승의 교법을 올바로 깊이 이해하면 그 자리에 선지가 드러난다”고 한다. 화두선 등장 이후 교학이 무시되고 있지만, ‘교에 의지해 종(심성)을 깨닫는다’는 게 달마의 근본 선지라며, 선교 일치(선과 교가 둘이 아님)를 주장하고 있다.
조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