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강재섭 대표 만나…여 “편향된 정치발언” 반발
김수환 추기경이 26일 “한나라당에 대통령 후보가 여러 명 있어 불안하다. (다음 대선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정권교체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김 추기경은 이날 서울 혜화동 성당을 방문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이 믿을 곳은 한나라당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잘해달라”며 이렇게 밝혔다고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유 대변인은 “지난번 대선 당시 경선 불복종 사태도 있었던 만큼 각 대선 후보가 정권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줄 것을 충고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또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아슬아슬하고 한-미 관계는 불안하다”며 “미국 없이 통일을 할 수 있겠느냐. 우리끼리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유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종교 지도자가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편향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추기경을 존경해온 다수 국민들이 이 발언에 매우 당혹스러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 말라는 가톨릭 교리에서 볼 때도 어긋나는 언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주교회의 사무국장 최원오 신부는 “비보도를 전제로 평안하게 덕담한 내용을 (한나라당이) 자기들 유리한 대로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김수환 추기경 비서실로 전화를 해 비공개 면담 내용이 언론에 알려진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서울대교구 쪽이 전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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