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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부흥 꿈꾸는 개신교계 꿈길 헤맬라

등록 2006-08-01 16:14

지난달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인 미국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가 이끈 콘퍼런스엔 무려 10만여 명의 개신교인이 모였다. 같은 날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목회자들만을 대상으로 연 콘퍼런스에도 2만여 명이 모였다. 이 콘퍼런스의 슬로건은 ‘부흥의 파도를 소망하라’였다.

올해 인구조사 통계 발표에서 지난 10년간 가톨릭과 불교 신자수가 증가한 것과 달리 유일하게 개신교 신자만 14만4천여 명이 줄어들었다고 나타나 촉발된 위기감이 이렇게 많은 신자들을 모이게 했다는 게 교계의 분석이다.

‘신자 감소’ 인구통계에 위기감초대형 부흥집회 잇따라 계획성찰 없인 물량주의 구태 우려

한국 개신교계에서 릭 워렌의 부흥집회는 서막에 불과하다. 이런 대규모 부흥집회가 내년까지 줄지어 예정되어 있다.

서울 온누리교회는 릭 워렌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사인 월로크릭커뮤니티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를 오는 10월11일부터 13일까지 초청해 대형집회를 준비 중이다.

또 내년엔 개신교계 부흥의 시발점이 된 1907년 평양대부흥 100돌을 맞아 10여개 단체에서 초대형 부흥집회들을 계획하고 있다. 그야말로 부흥회의 홍수가 예고돼 있다.

신자수가 내리막길을 걸으며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개신교계에서 과연 이런 대규모 부흥집회가 한국 교회를 살리는 방책이 될 수 있을까. 교계에선 한국 개신교의 이미지를 추락시킨 ‘물량주의와’와 ‘과시’등의 구시대의 유물을 답습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지난 6월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 등 교계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한국교회, 오늘의 극복과제와 새 지평!’이란 주제로 연 수련회에서도 지금은 부흥과 전도, 선교 등의 구호보다는 회개와 성찰이 필요할 때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개신교계에서 회개와 성찰 쪽으로 물꼬가 전환되고 있지는 못하다. 이것이 ‘부흥’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보아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세 명의 의견을 들었다.

박용규 목사 “세확장 치중 잘못” 김관선 목사 “바른 교회 세워야 ” 구미정 교수 “다이어트 할 기회”

먼저 보수적 신학을 견지하는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로 ‘영적 갱신을 위한 신학교수와 신학생 기도모임’ 대표인 박용규 목사다. 그는 이미 6년 전 평양대부흥회란 책을 써 부흥집회에 불을 지폈고, 이번 릭 워렌 콘퍼런스도 실행위원으로 준비했다. 굳이 분류하자면 부흥집회를 선호하는 쪽인 셈이다. 그러나 그도 “부흥을 교세 확장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릭 워렌 목사도 ‘한국교회가 받은 축복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는 그 축복을 거둬가실 것이고, 제3의 부흥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복음전도와 교세확장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간과한 사회적 책임을 해서 개인의 각성이 사회적 각성으로 이어지는 게 진정한 부흥”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 서초동 산정현교회 담임 김관선 목사는 “교회가 지금까지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것을 반성하고 숫자가 줄지언정 바른 교회를 세우는 것을 부흥의 길”로 제시했다. 산정현교회는 평양 대부흥운동의 시발점이 된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분가해 올해 설립 100돌을 맞았으므로 ‘평양 대부흥’이 모태인 셈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렇게 성장한 것은 한 교회가 독식하려하지 않고, 100년 전 장대현 교회처럼 교회와 신자들을 끊임없이 나눠 분가시킴으로써 한 교회의 크기는 그대로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신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라면서 “지금은 소수교회가 모든 것을 독식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죽는, 비정상적 부흥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산정현교회는 지난 10년 간 전도집회 한 번 하지않고, 우리 교회가 ‘이 인근 이웃들을 행복해지게 돕자’는 생각으로 봉사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교인은 오히려 300명에서 800명으로 늘어났다”며 부흥에 집착하기보다 교회의 건강성 회복이 먼저임을 강조했다.

생명문화아카데미 원장이자 대구대 겸임교수인 여신학자 구미정 박사는 “갑자기 부피가 늘어난 비만은 병으로 보지, 성장으로 볼 수 없는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숫적인 증가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일어난 병이므로 지금이야말로 다이어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신학자로 <교회 다시 살리기>의 저자인 존 캅의 주장을 빌어 한국교회를 살릴 수 있는 방안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반유대주의를 반성해야한다는 것. 그는 이에 대해 이를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고치자면, 이웃 종교인 불교에 대해 적대하는 정서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는 한국 교회 안의 남성중심주의와 군사 문화에서 벗어나 양성 평등으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생태위기에 대해 답해야한다는 것이다.

구 박사는 “공룡은 언젠가 사멸하게 돼 있다”면서 “불행한 것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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