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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붓다가 보리수 아래서 깨달은 건?

등록 2006-08-02 20:45

위파사나 모곡 대선사의 ‘12연기’ 푼 강론집 나와

어떤 남자의 눈앞에 잘생기고 날씬한 여성이 나타났다. 어떤 여성의 귀에 좋아하는 가수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사람의 코에 평소 역겨워하는 음식의 냄새가 감지된다. 우리가 그 당사자라면 어떨까. ‘너무나 갖고 싶다’든가, ‘듣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히거나 ‘너무나 싫다’는 혐오감에 괴로워할 것인가. 아니면 일단 멈춤으로써 ‘다가오는’ 대상에 상관없이 평정과 고요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99.9%는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중생이 있기에 붓다가 깨달음을 설했고, 근대 미얀마의 위대한 위파사나 수행자인 모곡 선사(사진)는 그런 윤회의 메커니즘인 ‘12연기’를 도표로 그려서 수행자들에게 제시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행복한 숲 펴냄)는 모곡 선사의 강론을 위파사나 수행자 우 탄 다잉이 쓴 것이다.

간략히 말하자면, 12연기는 괴로움의 원인을 뿌리째 파헤친 것이다. 인간이 왜 괴로운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다. 붓다는 고요한 명상의 상태에서 이를 관찰함으로써 깨달음을 얻었다. 붓다는 괴로움의 원인을 끝까지 파고든 끈질긴 추적자이자, 그 메커니즘을 파헤친 예리한 과학자인 셈이다. ‘붓다가 과연 보리수 아래서 깨달은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12연기’인 것이다.

북방불교의 선(禪)과 함께 불교 수행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남방불교(근본불교)의 위파사나(관찰수행)는 몸, 마음, 감각, 법(진리)에 대한 관찰을 통해 12연기를 깨달아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 모곡 선사는 위파사나 수행 전통을 가장 잘 간직해온 미얀마에서 30년이나 불경의 최고 강사로 군림했지만 정작 ‘깨달음’이 없는 것을 한탄한 뒤, 직접 수행을 통해 아라한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 대선사다.

그는 ‘연기’란 말부터 설명해준다. 연기(緣起)란 팔리어로 ‘파티차사무파다’다. ‘파치차’는 ‘~로 인하여’를, ‘삼’은 ‘잘(well)’을, 우파다는 ‘발생’을 뜻한다. 즉 연기는 ‘원인에 의존하여 결과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를 ‘윤회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사람’을 봤을 때, 즉 눈이 접촉했을 때, ‘그로 인해’ 느낌이 일어나고, 또 그 느낌이 원인이 돼 움켜쥐고 싶은 ‘갈애’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집착이 생기고, 그로써 업이 생기고, 그로 인해 ‘존재’가 시작되고, 그로써 생로병사가 연이어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은이 우 탄 다잉은 “과거는 현재를 낳고, 현재로부터 미래가 생성된다”며 “자신의 욕망에 의해 이곳으로 이끌려와 마지막 이기적인 욕망이 다 소멸할 때까지 이곳에 남게 된다”며 책 제목에 답하고 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반드시 뒤따르기에 고달픈 삶을 끝내고 닙바나(열반)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등의 실체, 즉 환상을 분명히 직시해 노예가 되지 않도록 이끌고 있다. 조영미 옮김, 묘원 주해.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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