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식 신부 ‘동창 문규현 신부 돕기작품전’
충북 괴산군 연풍면 은티마을 희왕산 속 암자 같은 집에서 산처럼 물처럼 살아가는 연제식(59·사진 왼쪽) 신부가 40년 지기를 위해 화폭에 담은 자연을 짊어지고 서울에 왔다.
그가 4~11일 서울 중구 정동 스타식스극장 맞은편 서라벌식당 3층 ‘갤러리 품’에서 ‘동창 문규현 신부를 위한 연제식 신부 작품전’을 연다.
문규현(61·전주 평화동성당) 신부와 연 신부는 예비사제들을 위한 고교과정인 소신학교 동창이다. 10대에 만난 친구지만 문 신부가 고통 받는 사람들과 현장에서 살다간 예수의 삶을 따라 평화와 생명운동에 자신을 던진 실천가로 살아가고 있다면, 연 신부는 자연 속에서 하느님을 발견해 화폭으로 표현해내는 화가이자 은둔 수도자다.
“별로 친하지도 않아. 지는 지 살고, 나는 나 사는 거지.” 연 신부의 퉁명한 말투 속엔 오래 묵힌 장맛 같은 우정이 배어 있다.
그의 말처럼 서로 각자 방식대로 사느라 별로 연락도 않지만, 연 신부는 문 신부가 이끈 정의구현사제단 활동에 동참했고, 1989년 문 신부가 대학생 임수경을 맞으러 북에 갈 때 그를 도왔다가 안기부에 끌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번에도 문 신부가 생명평화운동 귀착지로 삼기 위해 전북 부안군 하서면 등용공소 옆에서 농사 틈틈이 짓고 있던 ‘생명평화마중물’ 교육장이 지난 겨울 폭설로 무너져버렸다는 딱한 소식을 듣고는 친구를 돕기 위해 작품 45점을 내놓았다.
연 신부 그림은 실경 산수다. 자연을 가장 이상적인 하느님 모습으로 여기는 연 신부는 자신이 사는 은티마을 산과 계곡, 나무를 그대로 담아냈다.
문 신부는 “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주고 응원해주어, 존재 자체로 고맙고 존경스러운 연 신부가 저를 위한 전시회를 갖겠다고 했을 때, 이제 자부심을 넘어 남은 인생이 조심스럽고 두려워지기까지 한다”면서 “나이 어린 소신학교 시절부터 이 나이 먹기까지 오랜 세월 지나보니, 사는 겉모양은 이래저래 참 다르게 걸어온 듯한데 속모양은 꽤 비슷하게 익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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