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은 부처의 마음이요, 교(敎)는 부처의 말씀이다.
선과 교는 둘 다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둘이 아닌 것이다. 화두선사들에 의해 교학이 폄하되기도 했지만, 선승들로부터 책을 멀리하도록 경책했던 성철 스님도 동서양을 넘나드는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교학을 통해 깨달음으로 가는 정견을 세우기 위한 대법회가 열린다. 국내 불교계의 최고 강사 10명을 초청한 ‘10대 강백 초청 봉선사 강설대법회’다.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는 근현대의 대강백인 운허 스님이 머물던 곳이어서 교종대본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운허의 제자로 동국대역경원장을 지내면서 한글대장경 번역을 주도한 월운 스님이 조실로 있다.
법회는 이번 16일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봉선사에서 10차례에 걸쳐 열린다. 초청 강백은 국내 불교학자와 신도회장 등 40여명의 의견을 종합해 엄선됐다.
이번 법회는 좀체로 듣기 어려운 대강백들의 명설법을 한 곳에서 들을 수 있는 묘미가 있다. 법회는 동국대 총장을 지낸 뒤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설립해 교학을 이끌어온 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선가의 대표 경정인 <금강경> 강의로 문을 연다. 탄허 스님의 제자로 교학의 천재로 알려진 각성 스님이 ‘마음학’이라고 할 수 있는 유식학의 근본경전인 <해심밀경>을 설하고, 월운 스님이 선불교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능엄경> 설법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031)527-1956.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