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에서 9월은 ‘순교자 성월’이다. 이처럼 특별히 순교자만을 기리는 달을 둘 정도로, 순교자를 빼고는 한국 가톨릭을 이해할 수 없다. 18세기 후반부터 100년 동안 무려 2만여 명이 신앙을 지키다 목숨을 잃었다. 외국에서 선교사가 파견되기 전 평신도들에 의해 신앙의 불을 지핀 독특한 기원사와 전국에 뿌려진 순교자의 피가 한국 가톨릭의 독특한 영성의 토양이 되었다. 특히 올해는 125위 시성시복운동이 다짐되는 해여서 의미가 더욱 깊다.
서울대교구는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지 꼭 160돌을 맞은 지난 16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 등 1만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체대회를 열고, 순교정신을 잇는 생명 나눔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서울대교구에선 지난 3개월 간의 성체대회 기간 ‘뇌사시 장기기증’에 1만7천명, ‘사후 각막기증’에 1만2천 명, ‘하루100원 모으기’에 2만5천명의 신자들이 ‘헌신봉헌서’를 작성해 동참했다.
한편 순교자 성월을 맞아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과 새남터 성당에 안치된 순교 성인 11위의 유해와 만장 깃발을 들고 지난 12일부터 성당들을 순례해온 서울대교구 제1지구 소속 사제와 신자들은 오는 22일 중림동성당을 끝으로 순례를 마치고, 23일 서소문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순교자 현양의 밤’ 행사를 연다. 또 각 교구별로 20일엔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성지와 충남 당진 솔뫼성지, 충북 진천 배티성지, 23일 경기도 하남 구산성지, 26일엔 강화도 갑곶성지 등에서 잇따라 순교자현양대회가 열린다.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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