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지 임명에 법적 대응 하자
‘강제 접수’ 무리수로 이어져
폭력사태 왜?
지난 8일 폭력사태가 일어난 전남 순천 조계산 선암사는 불교계에서 조계종에 이어 두 번째 세를 지닌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인 대표사찰이다. 총림이란 조계종의 해인사나 송광사처럼 강원과 선원, 율원 등 3원을 갖춘 사찰을 말한다.
선암사는 1960년대 대처승에 대한 비구승들의 정화로 촉발된 조계종과 태고종의 분규사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폭력사태는 조-태 분쟁 때문이 아니라 태고종 내분 때문이었다. 모든 절 재산이 종단에 귀속되는 조계종과 달리 결혼이 허용되는 태고종은 개별 사찰의 자율권이 훨씬 강하다. 선암사 사태도 총무원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를 벌이려는 선암사 토박이들과 총무원 간의 다툼으로 볼 수 있다. 총무원은 선암사를 종단 결속의 구심점으로 삼기 위해 애써왔다. 종단의 정신적 지주인 혜초 종정을 선암사에 모시고, 매년 출가 전 필수코스인 행자교육을 이곳에서 시켜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암사 주지였던 금용 스님 등은 행자교육을 시작하는 행사인 행자합동득도법회를 거부했다. 그러자 총무원은 지난 8월말 선암사 운영위원회를 열어 “금용 스님이 종헌·종법을 위한하고 해종행위를 했다”며 승려 자격 정지를 뜻하는 정적 및 주지 해임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금용 스님 쪽은 곧바로 다음날 ‘재적승려 전산대회(총회)’를 열어 ‘선암사 운영위원회’의 무효와 총무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달 18일엔 총무원 쪽이 ‘선암사 운영위원회’를 열어 역시 선암사 토박이인 승조 스님을 새주지로 임명했다. 그러자 금용 스님은 지난 4일 총무원장 운산 스님에 대해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새 주지에 대해선 직무대행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런 가운데 총무원과 새 주지 쪽이 추석 연휴 기간에 경비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기습적으로 ‘강제 접수’에 나서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발생한 것이다.
선암사는 1998년 조계종 쪽의 접수 시도 이후 종단 차원의 보호를 요청함에 따라 만들어진 총림법에 의해 선암사 쪽 20명과 총무원 쪽 20명으로 구성된 ‘선암사 운영위원회’가 관리해왔다.
선암사에선 토박이들 간에도 오랜 갈등이 잠복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랫동안 주지를 지낸 지허 스님과 반대파들 간의 갈등이었다. 금용 스님 쪽이 지허 스님 쪽을 지지해온 총무원장 운산 스님에게 반발하면서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고 한 종단 관계자는 분석했다.
선암사에선 9일 예정된 행자합동득도법회가 충돌 없이 치러졌다. 이날 총무원 쪽과 금용 스님 쪽 관계자들이 법회에 함께 참여함에 따라 법적 소송으로 비화하던 선암사 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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