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직거래 활동 확산 서울 20개 본당에 직매장
전국 14개 사찰에선 친환경 쌀로 공양 올려…
농민은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으로 고사하고 있고, 도시민은 오염된 먹거리 때문에 병들고 있다. 농민과 도시민이 함께 ‘죽음’을 이기고 살아날 방법은 없을까.
성당과 절이 참여해 도시와 농촌을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도농 직거래 운동이 희망의 빛을 보여주고 있다.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되살리기 위해 나선 가톨릭의 우리농촌살리기 운동본부(본부장 조대현 신부)와 동체대비(同體大悲·일체를 내 몸으로 사랑)를 구현하는 불교 인드라망생명공동체(상임대표 도법 스님)의 활동이다. 활동가들은 이 운동이 농촌에 대한 일방적인 자선이 아니라 모두를 살리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도시민이 농산물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줌으로써 농민을 살리고, 유기농으로 병든 도시민을 살리며, 농촌의 생태계와 자연을 되살려 우리의 삶터와 먹거리를 온전히 회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를 통해 성당과 절에 다니는 신자들에게 마음의 양식만이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 양식까지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 가톨릭
1993년 ‘우루과이 농산물 협상’ 타결을 앞두고 쌀 개방으로 농민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결성된 우리농촌살리기 운동본부는 당시 가톨릭농민회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우리농산물 직매장 설치에 적극 나섰다.
가장 시급한 게 우리의 밥상, 생명과 환경생태계 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의식 구조의 전환이었다. 천주교에선 이런 생명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강좌들을 마련했다. ‘하늘 땅 물 벗’ 강좌, 천주교 녹색학교, 어린이 여름생명학교, 신학생 생태농활과 다양한 회원 교육 등이었다.
우리농촌살리기 운동본부장 조대현 신부는 “유기농산물에 대해 ‘상품’이 아니라 그 ‘가치’로 접근할 수 있는 자세를 갖도록 했다”며 “실제 유기농을 이용하면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시민이 치르는 비용도 휴대폰비 등에 비해 매우 싼 편이어서 도시민의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운동본부 등의 노력으로 서울대교구에만 20여개 본당에 우리농 직매장이 생겨났고, 50여개 본당에선 도시생활공동체(활동가단체)가 결성돼 농촌생산공동체와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가을걷이 감사 미사’와 함께 도시 성당 신자와 농민들이 어울리는 도농한마당잔치를 오는 2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서초구청 마당에서 연다. wrn.or.kr, (02)727-2275.
또 우리농촌살리기 운동과 농민운동의 모태인 한국가톨릭농민회(회장 정재돈)도 11월8일로 창립 40돌을 맞아 오전 10시30분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 럭키빌 6층 컨벤션홀에서 추수감사제와 도농잔치마당을 연다.
■ 불교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지난 98년 시작한 불교귀농학교를 모태로 99년 창립돼 귀농운동과 지역공동체 운동, 대안교육 운동, 환경운동, 생협운동을 통해 생명살림에 앞장서 왔다.
유기농산물의 안정적 판매를 위해 이 단체가 낸 아이디어가 ‘친환경 공양미 운동’이었다. 각 절에서 신자들이 불전에 올리는 공양미를 친환경쌀로 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2004년 서울 강남의 거대 사찰인 봉은사와 첫 협약식을 맺은 이래 부산 홍법사, 불광사, 도선사, 구미불교대학, 여주 신륵사, 대구 관오사 등이 협약을 맺고 실천 중이며, 삼보정사, 신촌 봉원사, 구미 도리사, 대둔사, 경기 봉인사, 청명사, 전남 곡성 성륜사 등도 협약은 맺지 않았지만 친환경 공양미를 쓰고 있다.
지난 22일엔 서울 성북2동 길상사(회주 법정 스님)가 도법 스님과 협약식을 맺고 신자들과 함께 법당에서 실천에 들어갔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각 사찰에 생활협동조합(생협)을 만들어 이를 연계하는 불교생협연합회를 준비 중이다. 불교생협 준비위 이정호 운영위원장은 “도시 사찰과 농민의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사찰에서 친환경 농산물 소비를 상시화하는 것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ndramang.org, (02)576-1886.
글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사진 농촌살리기운동본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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