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음, 일본 손길’ 디자인전
1995년 인사동에서 승복에 매료
거산스님에게 사사 일본에 소개
“심플하다!” 25일부터 1주일간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한국의 마음, 일본의 손길’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고바야시 준코 의상디자인전’ 에 온 관람객들은 순결한 색감에 탄성을 자아냈다. 준코의 작품은 화려하면서도 고상한 색감으로 유명한 문혜경씨의 조각보와 어우려져 한국 고유 색감의 향연을 연출했다.
먹물옷 염색 배워 첫 한국 전시한 고바야시 준코
회갑을 넘은 나이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어 보이는 고바야시 준코(62)는 일본 민예관전에서도 수상한 일본의 유명 의상디자이너다. 그가 한국의 색감에 눈을 뜬 것은 서울의 한 백화점 상무로 온 남편을 따라와 서울에 살던 1995년 인사동 거리에서 한 스님의 승복을 본 순간이었다. 검은색 위주의 일본 승복과 달리 먹빛 회색 승복은 그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현대의 화려한 색감들을 하얗게 지워버렸다. 이미 1980년대부터 염직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였다. 이 풍요로운 시대에, 이 화려한 색감의 시대에 길들여진 염직 전문가인 그에게 승복의 회색빛은 의외였고, 파격이었다. 그것은 무색무취에 가까웠다. 너무도 심플한 그 색감에 끌렸지만 그는 당시 한국말을 못해 질문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넋을 놓고 스님의 뒤만 한참 따라가다 말았다.
그 뒤 먹물옷을 염색하는 사람들을 추적해 ‘정보살’이란 여성 불자에게 먹 염색을 배웠고, 마침내 충북 옥천 보륜사 비구니 거산 스님에게 본격적으로 먹 염색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그가 직접 염색을 하고, 한 땀 한 땀 직접 수공으로 만든 의상들은 일본에서 매년 2~3회의 개인전을 열어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선보이는 것은 이번 전시회가 처음이다.
이 전시회를 주최한 솝리 대표인 원불교 여자수도자 지정 교무는 “준코의 작품은 모두 자신이 직접 염색하고 손으로 한 땀 한 땀 뜬 것이기 때문에 같은 것이 두 개가 없다”며 “일본과 한국의 만남이 독특한 작품으로 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준코는 자신이 먹빛에 반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간소함’을 색으로 표현하라면 그것은 ‘회색빛’이 아닐까요? 어떤 천과도 어울리는 그 포용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어요.”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