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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간화선? 그까이꺼…“초심자가 더 하기 쉽다”

등록 2006-12-05 17:51

일반인 참선지도 서울 한복판 육조사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누구나 ‘정진’

5일 전국 90여곳의 사찰 선원에선 스님 2천여명이 동안거(겨울 90일간 한곳에만 머무르며 수행)에 들어갔다. 자성(自性·자기의 본래 성품, 즉 부처)을 밝히기 위해서다. 스님들은 고적한 산사에서 공양을 받으며 일체의 잡무 없이 하루 8시간 넘게 참선에만 전념한다.

그렇다면 산사가 아닌 번잡한 도시에 머물며, 직장일이나 가사를 해야 하고, 기껏해야 하루에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을 내기에도 버거운 일반 대중들은 자성을 밝힐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할 수 있다”는 깃발을 내걸고, 현웅 스님(오른쪽 사진)이 일반인들의 참선을 지도하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 육조사를 3일 찾았다.

이날은 현웅 스님이 일반인들도 간화선 실참(실제로 참선을 해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개설한 ‘집중 수련’ 첫날(위 사진)이었다. 선방에서 20년을 참선했는데도 참선 옆에도 가보지 못하다가 당대의 선지식인 전강 선사의 말 한마디에 “방황을 그쳤다”는 현웅 스님은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서양인들에게 선을 전하다 귀국해 2년째 서울에서 지도하고 있다. 육조사에서 ‘허례허식’은 찾아볼 길이 없다. 선사들은 일반인들이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아야만 하는 법상에 앉아 법문을 한다. 그러나 한국 승가가 평등을 근본으로 여기는 불교라기보다는 차별이 엄연한 ‘유교적’이라고 보는 현웅 스님은 삼배를 받지도 않은 채 대중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모든 질문에 답하면서, 참선 중에 몸을 푸는 참선 체조까지 직접 가르쳐준다. 대부분의 절에선 식사 때 스님과 재가자의 밥상을 엄격히 구분하지만, 그는 재가자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마음 상태를 알아본다. 그는 산사에 갇히고, ‘선승의 권위’에 갇힌 간화선을 열어젖히는 선구자다. 이날 육조사 선방은 60여명의 재가 선객들로 빼곡이 들어찼다.

간화선은 ‘이뭣꼬’(이것이 무엇인가) 등 선사가 던져준 화두를 일심으로 의심해 들어감으로써 자신의 근본 성품을 깨닫는 조계종의 주요 수행법이다. 그러나 간화선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웅 스님은 이런 금기를 깼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간화선은 스님들만 할 수 있고, 재가자는 할 수 없나?

선방에서 극소수가 스승에게 의지해서 제대로 하지만, 대부분은 습관적으로 할 뿐이다. 그래서 장판 때 묻은 사람(선방에서 오래된 선승)들은 더 지도하기가 어렵다. 전에 간화선을 접한 적이 없는 여러분 같은 초심자가 더 공부하기 쉽다.

■ 간화선 왜 어려운가?

생각으로 생각을 없애고, 번뇌로 번뇌를 없애려 하기 때문이다. 생각이나 번뇌 같은 중생심으로 뭘 하려 해선 안 된다. 생각으로 생각을 그치게 할 수 없다. 생각으로 풀려고 하니 머리가 아프고 상기(기가 위로 오름)가 되는 것이다. 번뇌는 제거하려 하지 말고 내버려두라. 번뇌는 살아 있다는 증거다. 대신 성품, 즉 부처가 내게 ‘이미 있다’는 것을 믿어라. 그동안 배운 것들이 그 마음(성품)을 가려버렸다. 그 마음을 깨닫기 위해 참선하는 것이다. (더 얻을 필요 없이) ‘내게 이미 그 마음, 부처가 있다’는 믿음이 없이 중생심으로 자꾸 뭔가를 얻으려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 ‘이뭣꼬’ 참구 어디가 잘못됐나?

‘이뭣꼬’는 내 생각으로 미리 만들어서 지어 들어가는 게 아니다. 그것은 조작하는 것이다. ‘이뭣꼬’ 하는 놈이 있으면 그것은 생각을 관하는 관법이지 간화선이 아니다. 그 생각에 묶여 있으면 해탈이 되지 않는다. 듣고 보고 아는 것, 배고프면 아는 것이 있는데 이 ‘아는 것’은 중생의 마음으로 아는 것과는 다르다. 알고 모름이 끊어진 상태의 것이어서 경험의 눈으로 아는 것이다. 이것을 알 수 없으니, 사람이 쓰는 말을 빌려 ‘이뭣꼬’라고 하는 것이다.

■ 참선은 앉아서만 해야 하나?

한순간 바로 알면 석 달 동안 잠 안 자고 용맹 정진하는 것보다 낫다. 번뇌 망상 속에 부처가 있고, 현실 속에 부처가 있는 것이다. 현실이 피곤하다고 현실을 회피하는 것은 신선사상이지 불교가 아니다. 일반인들도 할 수 있다. (심리상태가) 불완전하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오히려 완전해지려고 하기보다 불완전을 인정해 버리면 그 속에 부처가 있다.

■ 수련자 반응

여러 종교와 선도 수련을 10년 넘게 하다 이곳에서 수행한 김홍근씨의 〈참선일기〉를 보고 와 1년째 다닌다는 공무원 문영모(56)씨는 “아내가 치료 불능 상태의 간경변증에 걸려 삶이 크게 헝클어졌는데, 참선을 하고 내 생각을 들여다보는 힘이 생기면서 내 자신은 물론 아내의 병까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절을 찾아다녔다는 동료 공무원 박성백(51)씨도 “옛 어록만을 듣던 것과 달리 본인이 직접 경험한 세계를 전해주는 현웅 스님의 법문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 참선 안내

육조사에선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누구나 참선 정진할 수 있으며, 일요일 오전 10시30분에 참선 법회가 열린다. cafe.daum.net/yukjosa, (02)953-5291.

“선방 먼저 바로 세우자”조계종 ‘간화선’ 세미나 “대접받는 풍토만 조성”

1일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간화선의 사회화·국제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소수 선승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온 간화선의 대중화를 표방해온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소장 현종 스님)가 지난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연 ‘간화선 세미나’의 대미였다.

세미나에서 조명제 박사(부산대 강사)는 “간화선은 중국 남송 시대 현실 참여파들이 사대부를 대상으로 펼쳤던 것인데 오늘날엔 현실과 담을 쌓고 초월적인 깨달음의 세계만을 지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에 대한 의존이나 봉건적인 요소를 단 한번도 제대로 탈피하지 못한 채 새로운 시대상황에 대한 이론과 방향 제시도 못한다면 불교는 스스로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필요하면 자기네들이 찾아와 한국 불교를 배워 가겠지 하는 안이한 태도로는 간화선을 국제화할 수 없다”고 꼬집었고, 김종인 박사(고려대 연구원)는 “출가수행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간화선을 대중화하기 위해선 조계종단의 관습적 전통과 정체성에 대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사에서 온 수좌회 학술위원장 월암 스님도 선방에서부터 윤리적 긴장과 절제를 위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이 세미나에선 중생들의 고통에 응답하려는 열린 자세로 다가서 국제화를 이룬 달라이라마와 틱낫한, 또 섬기려는 자세로 일해 세계적인 위상을 세운 대만의 불광산사와 자재공덕회 등을 들어 봉사와 헌신을 도외시한 채 대접받는 풍토만 조성해가는 선방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제화에 앞서 선방 바로 세우기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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