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출신 청안스님 책 펴내…
헝가리 출신으로 한국불교에 귀의한 청안 스님이 스승 숭산 선사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책을 펴냈다. <꽃과 벌>(김영사 펴냄)이다. 이 제목은 불과 스물세 살의 청년 숭산을 개화시켜 세계에 선을 전하게 한 스승 고봉 선사가 숭산에게 “너는 꽃이고, 나는 벌이다”고 했던 선문답에서 딴 것이다.
헝가리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청안은 20대 초반 헝가리에 온 숭산 선사의 법문을 듣고 벼락 같은 충격 속에 휩싸여 출가를 결심했다. 미국에서 숭산 선사 문하에서 수행중이던 1994년 출가한 그는 신앙의 조국인 한국으로 들어와 화계사와 해인사를 거쳐 계룡산 신원사에서 참선한 뒤 1999년 숭산 선사로부터 지도법사 인가를 받고 2000년 헝가리로 돌아갔다. 유럽 각지를 돌며 참선을 지도 중인 그는 올해는 헝가리에 한국식 사찰을 짓는 불사를 시작했다. ‘본래의 빛을 찾는 절’이란 의미로 원광사라고 지은 이 절 불사를 위해 1년 전 숭산 선사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차 내한했을 때 해인사, 불국사, 보리암, 무상사 등을 돌며 한국 사찰 건축을 공부했다.
이 책은 그가 지난 겨울 방한 기간 중 숭산 선사의 외국인 제자들이 수행하는 국제선원이 있는 서울 화계사에서 내외국인 불자들을 대상으로 열두 차례에 걸쳐 가진 ‘불교의 이해와 명상 수행’이란 법문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서양인 특유의 합리성으로 자상하게 불교의 이해를 돕는다.
“수행을 하면 ‘나’라는 생각, ‘나’의 작은 고통은 사라집니다. 그 다음엔 큰 슬픔이 찾아오고, 큰 슬픔에서 큰 사랑이 나옵니다. 이것이 대자대비입니다. 불교의 기본 가르침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돕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 순간 명확해지면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원래의 영어 법문을 함께 실었다. 이민영 옮김.
조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