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관람료 무엇이 문제인가
공원입장료 폐지뒤 등산-사찰객 구분 안돼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마찰은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사찰 입장객과 등산객을 구분하도록 매표소가 옮겨졌다면 예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사찰들은 기존 매표소에서 관람료를 징수했다. 이에 따라 “왜 사찰에 들르지도 않는데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하느냐”는 등산객의 반발이 거셌다. 이에 지리산 연곡사와 남해 보리암, 오대산 월정사, 소백산 희방사 등이 매표소를 조금씩 옮겼지만 여전히 순수 등산객과 사찰 입장객을 구분할 위치가 아니었다.
사찰, 감사 꺼려 국고지원 늘리는데 미온적“표심잡기 치우쳐온 종교정책 책임” 비판도
더구나 올 초 국립공원입장료 폐지와 동시에 22개 사찰 가운데 14개 사찰이 관람료를 인상하면서 등산객들의 분노는 증폭됐다. 연간 관람료 수입이 3억~5억원 가량인 사찰들이 대부분인데 비해 지난 한해 26억원 가량을 걷어 들일 만큼 단연 입장객이 많은 설악산 신흥사는 18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했다. 또 지리산 화엄사와 속리산 법주사가 2200원에서 3천원으로, 전남 장성 백양사와 월정사가 1800원에서 2500원으로 각각 올려 받기 시작했다.
해당 사찰 주지들의 모임인 ‘문화재관람료 대책위원회’는 관람료 반발로 처지가 곤란해지자,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국립공원엔 무려 1억1천만여 평의 사찰 부지가 포함돼 있는데도 국공유지인 양 홍보해 마치 국공유지에서 사찰이 돈을 받은 것처럼 오해를 사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 땅이니, 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 해당 사찰들이 1996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로 사찰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 제도를 즉각 폐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온데다, 관람료는 사찰 경내를 통과하는 통행세가 아닌 ‘문화재관람료’인 까닭이다.
해당 사찰들은 문화재가 국민 모두의 민족자산인 만큼 국가적·국민적으로 부담해 관리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관람료 징수권이 불교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 22개 사찰을 포함해 관람료를 받는 67개 사찰의 관람료수입은 320억원으로 연간 문화재 유지·관리비 807억원의 절반도 안된다. 조계종쪽은 우리나라에서 지정된 8797개소의 문화재 중 불교문화재가 3079개로 35%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지난해 전체 문화재 보수비 2천559억여 원 가운데 불교문화재 보수비로는 16.4%인 42억원만이 배정될 만큼 지원이 미약해 그나마 관람료 수입으로 주요 사찰 문화재를 지탱해 나가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면서도 해당 사찰들은 문제의 관람료 대신에 국고 지원을 늘리는 방식에는 미온적이다. 대책위원장 범여 스님은 “아직 그런 방안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현 관람료 수입의 17%를 조계종 총무원에 분담금으로 내고, 30%를 문화재 보수 유지비로 예치하고 난 나머지 53%를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찰들이 국고보조를 받을 경우 돈 씀씀이를 철저히 감사당할 상황을 꺼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불교계 안팎에선 국고 지원을 문화재 유지라는 본분보다는 불교계 표심 잡기의 당근으로 사용해온 정부의 종교정책에 근본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사실상 불교계를 이끄는 대형사찰들인 관람료 사찰들의 주지직을 둘러싼 쟁투와 국고 횡령 사건 등 승가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일들이 ‘문화재’와 ‘관람료’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문화재가 복이 아니라 화가 될 상황에 직면한 불교계가 이를 다시 복으로 돌릴 초심을 회복할 지 두고 볼 일이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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