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 정신’ 새긴 생명평화학교 /
지난 7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 산위의 하얀집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에서 고요하면서도 평화로운 화음이 새어나온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도종환의 시 〈담쟁이〉에 자신이 곡을 붙인 김정식씨의 기타반주에 맞춰 70여명이 절망을 넘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다. 3년째 전국을 도보로 순례하며 생명 평화의 마음을 탁발하고 있는 도법 스님이 발원한 ‘생명평화결사’가 7~9일 여는 ‘겨울생명평화학교’였다. 참여자 한명 한명은 이곳에서 ‘등불’로 불린다.
함께 손잡고 절망 덮으려는70여명의 ‘등불’들이 모였다.우리 안의 폭력을 돌아보며간디의 메시지에 가닿으며
30~40년 전보다 몇 배는 더 잘 먹고 잘 살게 되었으면서도 하나같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며 경쟁과 성공과 승리에만 매몰돼 다른 생명과 지구에 대한 폭력으로 결국 우리 자신을 죽이고 있다는 도법 스님의 한숨소리까지 덮겠다는 듯 ‘등불’들의 화음은 더욱 더 커져간다. 이번 주제는 ‘간디를 통해 본 생명평화’다. 이 프로그램엔 생명평화학교장인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김조년 〈표주박통신〉 발행인, 허우성 경희대 철학과 교수, 이현주 목사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명운동가들과 영성가들이 함께했다. 생명평화학교는 이런 ‘지혜의 스승’들로부터 강의를 듣는 데 그치지 않았다. 모두가 지혜를 나누어 각자의 내면에 있는 생명평화의 싹을 발견해 서로 싹을 틔워주는 물이 되고 거름이 되는 자리였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영화 〈간디〉를 본 등불들의 마음엔 평생 우리 안의 폭력과 싸워 내 안에서부터 평화를 이루고자 했던 간디의 마음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이날 밤 노래 뒤 모임은 ‘간디 어록 명상’. 등불들은 10여명씩 한조를 이뤘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가 함께 작은 촛불 주위로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생태공동체 운동가 황대권씨가 명상을 이끌었다. 촛불 옆엔 간디 어록 10여개가 하얀 봉투에 담겨 있었다. 이들은 20여분 가량 명상을 했다. ‘마하트마 간디’의 영혼을 부르는 명상이었다. 영적 순수함이 최고조에 이르러 마침내 그 ‘위대한 영혼’이 자신의 내면에 다가왔음을 느낄 때 가운데 있던 어록 하나를 선택해 읽었다.
참여자 중 최연소자인 초등학교 6학년생인 장윤정(13) 등불의 쪽지엔 “진리의 길을 걷는 자는 자신의 허물은 크게, 남의 허물은 작게 본다”는 내용의 글이 쓰여 있었다. 그는 “반 친구들과 함께 2명을 미워해 상처를 준 적이 있었다”며 가슴 아파했다. 분과에서 가장 연장자였던 장회익(69) 교수가 든 쪽지엔 “진리를 따르는 사람은 늙음 따위는 개의치 않으며 자신을 영원한 젊은이로 여겨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쓰여 있었다. 참여자들은 진짜 간디의 영혼이 그 자리에 온 듯 자신에게 해당되는 정확한 메시지가 적힌 데 대해 깜짝 놀라곤 했다.
간디와 함께 잠이 든 등불들은 다시 100배의 절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는 진리를 마음에 새기며 절을 올립니다.” “우리 가족은 이웃 가족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가족공동체임을 마음에 새기며 절을 올립니다.”
십자가 옆에 붙은 사진 속의 간디가 상생의 절을 올리는 등불들을 보며 평화명상에 잠겨 있었다.
천안/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