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폐기론’ 반박 “요한복음 해석하는 것 자체가 도전행위”
“앞으로 정치적 집회 참여 안해…사학법은 대선후보 검증”
개신교 교단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는 20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도올 김용옥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계약(신약)이 맺어지면 옛계약(구약)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며 ‘구약성경 폐기론’을 편데 대해 “성경에 대한 몰이해”라며 반박했다.
이 목사는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이뤄지며, 예수님도 ‘내가 율법을 폐하러 온 게 아니고, 완전케 하러 왔다’고 했다”면서 “(구약 폐기론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또 김 교수가 기독교계 대표와 공개 논쟁을 제의한데 대해 “일일이 대꾸하지 않겠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다만 “(도올의 교육방송 인터넷 영어강의인 요한복음 강해를) 어느 정도 들은뒤 논평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기총의 대선 행보에 대해선 “한기총이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사립학교에 이어 복지기관에도 개방형 이사를 도입해 사유권을 침해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만큼 대통령이 된 뒤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검증할 것”이라며 사학법 재개정 운동을 대선과 연계할 뜻을 내비쳤다. 이 목사는 “(한기총은) 앞으로는 정치적 집회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기총의 기자간담회엔 최근 대표회장에 취임한 이용규 목사와 총무 최희범 목사가 참여해 도올 김용옥 교수를 공격했다.
이들은 “지난해 영화 <다빈치코드>의 개봉을 앞두고 한기총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해 오히려 선전 해줬기 때문에 ‘도올 발언’에 대해서도 논쟁하지 않겠다”며 발을 뺐다. 그러나 기자들이 질문이 ‘도올 발언’ 한기총의 ‘대선 개입’ 문제에 집중되면서 도올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도올이 구약폐기론을 주장하며, 공개 논쟁의 제의했다.
최희범 총무=도올은 동서를 아우를 수 있는 보기 드문 실력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철학자다. 철학자가 성서를 해석하려는 것은 자기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성서는 철학이 아니라 신앙의 마음으로 봐야 한다. 성경을 철학서적으로 취급하면 종교가 무너져 버린다. 따라서 그와 논쟁하지 않겠다.
-신학과 철학이 회통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용규 회장=하나님은 영이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인간의 제한된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성경은 신앙의 눈으로 봐야 한다. 지식, 과학의 눈으로 보면 열리지 않는다.
-그것이 기독교가 지동설조차 세상의 상식이 된 이후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한 것 아닌가.
이 회장=과학을 부정한다는 게 아니라 지식이나 과학의 한계를 얘기하는 것이다.
-신학계에서 ‘구약 폐기론’이 나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 않은가.
최 총무=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일부 교회의 문제로 전체 교회를 매도하고, 교회를 훼손하고 파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음모가 숨어 있다는 의구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왜 뚱딴지처럼 그가 요한복음을 강의하겠는가.
-도올이 교회를 훼손하고 파괴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 총무=의구심일 뿐 근거는 없다. 다만 그가 요한복음을 해석하는 자체가 도전행위다. 성경 해석에 있어서 알레고리적, 즉 우화적(비유적) 해석이 있다. 구약의 사건들을 그렇게 해석하면 성경의 역사와 기독교의 역사를 전부 새로 써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회장=도올이 (<요한복음강해>에서) 모세가 홍해를 건너는 것과 주몽이 강위를 건너는 것을 일맥상통한 것처럼 해석한 것도 신학자나 목회자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왜 아무데나 갖다 붙이나.
-도올의 주장은 우리민족이 유대민족의 역사를 자신의 민족의 역사로 여겨 기독교를 외세의 강요가 아니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했다는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최 총무=<주몽>과 <대조영>과 <연개소문> 등 방송국마다 현실에 없는 삼족오를 띄우는 것이 단군신화와 단군상 등과 연계되어있지않은지 의구심이 든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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