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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가톨릭 일부도 ‘구약폐기론은 배은망덕’

등록 2007-02-28 17:57

도올 성서논쟁 확산…차동엽 신부 “역사 단절” 비판

주요 신학연구자들 언론통해 백가쟁명식 토론 활발

도올 김용옥 교수가 〈교육방송〉 인터넷 요한복음 강의와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성서의 문자주의적 해석의 문제점과 구약 폐기론 등을 주장하면서 촉발된 ‘성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이 ‘교회 매도 음모’라며 반발한 데 이어 이번엔 가톨릭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무지개원리〉의 저자이자 미래사목연구소장인 차동엽 신부가 도올을 비판하고 나섰다.

차 신부는 28일 〈평화방송〉의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역사는 단순하게 단절할 수가 없고, 연속성과 단절성이 있으면서 역사가 승화되고 발전한다”며 “도약의 발판 역할을 했던 것을 없애 버리는 것은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도올의 ‘구약 폐기론’을 비판했다. 차 신부는 또 “도올은 영지주의적 신조가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우주관을 확산시키기 위해 기존의 우주관 내지 종교관, 신관 등을 반박하고 나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애초 도올의 주장은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을 먼저 불렀지만, 실은 가톨릭계에 민감한 것들이 더 많았다. 정진석 추기경은 최근 대선 주자들을 만날 때마다 저서인 〈민족해방의 영도자 모세〉 상하권을 선물하며 모세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강조했다. 그만큼 가톨릭에서 구약을 비중있게 받아들여온 것이다.

그러나 도올은 “모세 율법을 믿는 것은 성황당을 믿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도올은 또한 “우리나라의 초기 가톨릭교인들은 스스로 가톨릭을 받아들였는데, 제국주의의 선교사들이 들어와 오히려 토착적이고 자생적인 이런 생명력을 짓밟아버렸다”며 안중근 의사의 신자 자격을 박탈하고, 3·1 만세 운동 33인 대표에 가톨릭 지도자가 한 사람도 참여하지 않은 것 등을 비판했다. 가톨릭이 아픈 대목이었다.

이 밖의 주요 신학 연구자들도 자신의 견해를 언론매체에 활발히 밝히고 있다.

연세대 신과대학 기독교문화연구소 이상성 객원연구원은 〈오마이뉴스〉에 쓴 글에서 도올의 ‘구약 폐기론’에 대해 “구약의 내용이 참혹하거나 비윤리적이고 주로 유대인들의 역사와 관련된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그렇게 평가한 것으로 짐작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그러나 당시 애급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들은 유대인이라는 혈통이기보다는 억눌린 ‘합비루’였다”며 “하느님의 계약은 유대인들만을 해방시킨다는 뜻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사람, 어떤 창조물이라도 해방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다 적용되고 해당되는 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신대 신약학과 윤철원 교수는 〈국민일보〉에 쓴 글에서 “성경은 ‘사실’보다는 복음(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는 도올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예수 이야기를 집필하기 위해 복음서 저자들은 요세푸스나 필로 같은 저술가들처럼 실제 사건들 중에서 적합한 사건만을 선별해 기록했기에 서술에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은 놀랍지 않고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며 “그러나 기록이 다르다고 (성서가) 창작이라고 주장한다면 난센스”라고 밝혔다.

또 김경재 교수가 〈한겨레〉 인터뷰에서 도올의 구약폐기론엔 반대하면서도 “세속적 영화에 영합하는 정치적 메시아주의에서 벗어나 기독교의 본질인 섬김과 봉사의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도올의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 대목에 대해 누리꾼들 사이에선 공감한다는 반응이 많았으나 전문가들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신대 김이곤 명예교수는 도올이 한국 기독교의 루터와 칼뱅이 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 〈한겨레〉에 글을 보내왔다. 이 글에서 그는 “일종의 학문 아류에 김(경재) 교수도 편승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길사회문화원의 류상태 신학연구원은 다른 이유로 김경재 교수를 비판했다. 그 역시 글을 보내 “성서에는 ‘하늘의 계시’도 담겨 있고, ‘사람의 한계’도 담겼는데, 모든 만행과 모순, 독선까지 ‘하늘의 계시’로 믿는다면 종교는 아편이 되고 만다”며 “김 교수는 성서가 갖는 한계를 보다 분명하고 명쾌하게 지적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도올은 오는 4일 성서 전반에 대한 해석을 담은 〈기독교성서이해〉를 출간할 예정이어서 관련 논쟁은 한층 가열될 것같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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