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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이사람] 고졸한 멋 살린 한옥으로의 초대

등록 2007-03-02 17:53

북촌마을에 ‘은덕문화원’ 연 원불교 이선종 교무

창덕궁 돌담길 옆 520평 단아한 자태 뽐내정원서 궁궐 한눈에…유럽관광객 “원더풀” 문화인들 모이는 ‘우리문화 1번지’ 꿈꾼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창덕궁 돌담길 옆을 걷다보면 불현듯 빼어난 한옥집을 만나게 된다.

북촌마을 한 가운데 520평에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을 드러낸 이 한옥은 한 원불교 신자가 기증한 것을 원불교 서울대교구장인 이선종(63) 교무가 지난 2년여간 일부만을 살리고 다시 지은 것이다. 문화원 이름은 기증자인 고 전은덕씨의 이름을 땄다. 만약 원불교에 출가하지 않았다면 문화예술인이 되었음직한 ‘끼’를 지닌 이 교무는 이곳을 우리 문화의 요람으로 키울 작정. 이 교무는 이 문화원 입구 쪽에 멋들어지게 지은 30여평의 한옥 집을 김지하 시인의 ‘살롱 마고’로 제공했다. 지난 23일 살롱마고의 개관식에 온 100여명의 방문객들은 문화원의 다실과 마루, 방, 법당 등을 둘러보고, 야외정원의 나무의자에 앉아 창덕궁을 눈아래로 굽어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1일 길을 가다가 우연히 들어와 본 두 유럽관광객도 “한국미의 진수를 맛봤다”며 “원더풀, 원더풀”을 연발했을 정도다.

전북 진안이 고향인 이 교무는 어린 시절부터 한옥에 살아서 한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유력한 다른 종교와 달리 자금 여건이 미미해 거의 몸으로 때우면서 밤을 낮 삼아 일하고, 옛집에서 나온 돌이나 전선 하나 버리지 않고 재활용한 이 집 안팎을 둘러본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그의 손끝과 심미안으로 재탄생한 집과 깔끔한 가구들의 조화미에 혀를 내두른다.

“원불교가 돈은 없지만, 정신은 살아 있잖아요.”

이 교무는 건축비를 절약하느라 동료 교무들과 함께 밤늦은 시각까지 벽돌을 나르고, 돌을 깨 마당에 깔았다. 어느새 3분의 1 가량 닳아버린 투박한 손톱의 아픔도 잊은 듯 그는 벌써 이곳에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해 포럼도 열고, 작은음악회도 열어 우리 노래를 부르고, 우리 춤을 추고, 우리 음식을 먹으며, 우리의 맛과 멋과 맥을 되살릴 꿈에 들떠 있다.

북촌 일대는 박물관만도 30여개가 넘는다. 그러나 상당수 한옥이 허물어지고 난개발이 돼 고졸한 맛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문화인들은 한옥와 정원의 미를 두루 갖춘 은덕문화원이 북촌을 되살리는 요람이 될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그는 내부 정비를 끝내고 오는 6월 정식으로 문을 열면 먼저 북촌 일대 문화인들을 초청해 북촌을 명실공히 우리 문화 1번지로 만들어가 볼 생각이다.

우리나라 종교에서 가장 남녀가 평등한 원불교에서 여성 교역자들의 모임인 정화단 총단장까지 맡고 있는 그는 원불교 여자 교무들이 전국 600여개 교당도 우리 문화의 산실로 가꾸어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2000년 환경운동단체인 천지보은회를 설립했고, 지난 3년간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활약해오기도 한 이 교무는 이제 이 문화원 가꾸기에 좀더 집중하기 위해 참여연대 대표직도 사임했다.

그러나 여전히 원불교 서울교구장과 정화단장, 문화원장 등으로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런 실천적 삶을 사느라 후배 교무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던 그는 “예전엔 일을 할 때 후배들을 억지로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이제는 내 쪽에서 내려가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북촌에 가면 언제나 넉넉한 품으로 기다리는 원불교의 큰언니를 만날 수 있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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