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현 목사 ‘창조설화 다시 읽기’ 발표 구약의 첫대목인 창세기 ‘창조’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안병무홀에서 연 월례포럼에서 이 연구소 이사이자 한살림교회 담임인 정혁현 목사가 ‘창조 설화 다시 읽기: 창조는 멈출 수 없다’는 제목으로 발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글에서 성경의 창세기와 비슷한 창조설화를 지니면서도 다신이 등장하는 바빌로니아의 마르둑 신화와 성경의 고향인 히브리인들의 사고와 신화를 비교해 창세기 기자는 마르둑 신화를 재료로 해 그것에 대항하는 신화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성서의 이야기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용도로 전승되던 것을 야훼신앙이라는 맥락에서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그는 “마르둑 신화는 지배자들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고 가정할 수 있는 반면 이스라엘 공동체는 대부분 사회적 약자와 약소민족으로 이뤄져 있어서 철저하게 지배자의 시선만을 담을 수는 없어 다양한 시선들이 혼재하며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또 영국의 구약성서학자 키스 W. 휘틀럼의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 침묵당한 팔레스타인의 역사〉라는 책을 인용해 “이스라엘 고대사 연구는 팔레스타인과의 관계에서 이스라엘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며 “성서는 비록 이스라엘인들에 의해 기록된 것이라 할지라도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읽혀야 하고, 그렇지 못한다면 성서는 단지 특정 민족의 건국신화나 특정한 종교의 경전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성서가 그처럼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넉넉히 그 몸을 내어주면서, 신자유주의로 인한 빈부격차와 생태계의 파괴로 빠진 교착상태도 해결할 수 있도록 창조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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