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죽음 기쁜 환생’ 출간
현재 살아 있는 그 누구도 죽음의 관문을 피해갈 수는 없다. 어떤 위대한 성현과 영웅들도 죽음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음’이라는 것을 맞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리오’라고 한 공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종교는 사후의 세계를 말한다. 그러나 죽어가는 순간부터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를 티베트불교만큼 명쾌하게 밝힌 곳을 찾긴 어렵다.
청년사가 이번에 펴낸 〈평화로운 죽음 기쁜 환생〉(도솔 옮김·사진)은 티베트불교의 스승 툴쿠 퇸둡 린포체가 죽음과 바르도(중음계)를 체험한 티베트 스승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델록’들의 체험담이다. 델록이란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들’이다. 죽음의 세계를 경험한 뒤 다시 살아난 이들이 전한 생생한 체험담은 현대 서양의 임사체험자들의 증언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이 책에 나오는 가르마 왕진은 7일 동안 죽어 있었다. 그는 죽음을 맞을 때 처음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고, 자신의 몸이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독한 갈증을 느끼며 추위로 부들부들 떨었다. 이어 눈앞에 흐릿해지고 청력이 사라지면 부르는 것도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삶의 기억들이 마음을 스쳐지나가는 동안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이 멎었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가라앉으며 무의식 상태에 빠졌다. 죽음의 통로에 들어설 때 흙, 물, 불, 공기 같은 네 가지 원소들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겪는 것들이다.
이 책에선 이런 분해 뒤 호흡이 멎으면 ‘순수한 빛’인 참본성이 자동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이에 합일하는 것이 해탈의 길이다. 그러나 보통사람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곧바로 무의식 상태에 빠져버린 채 그간 살아온 정신적 경향인 습관의 과보에 휩쓸리고 만다. 그래서 티베트불교는 온갖 경험들은 우리가 마음에 새겨놓은 일들을 꿈속에서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상일 뿐임을 자각한 채 놀라지 말고 평화롭게 받아들이면서, 죽음을 멋진 미래를 맞이하는 황금의 기회로 변모시키라고 권하며, 그 방법을 일러준다.
그러나 이 책의 메시지는 ‘죽음의 순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인간으로 살고 있을 때 삶을 변화시키라는 것이다.
이 책에 앞서 청년사가 펴낸 탈렉 ?c괸 린포체의 〈티베트불교 입문〉(유기천 옮김)은 삶 속에서 어떻게 진리를 발견하고 행복에 이르며, 인생의 숙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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