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서 120일째 ‘고공시위’ 윤인중 목사
75만평 골프장 계획에 소나무 보호 나서나무 위서 밧줄로 도시락 건네받으며 생활“개발독재 끝났는데 아직도 밥타령 하나”
인천에서 영종도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인천시민의 휴식처이자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거정〉의 무대 계양산 북서쪽 등산로. 7~8분을 걸어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니 거대한 소나무들 위 널빤지에 서 있는 생명평화기독연대 운영위원장 윤인중(48·인천평화교회) 목사가 보인다. 인천이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날 그는 120일째 땅을 딛지 않은 채 고공 농성 중이었다. 밧줄로 도시락을 건네받고, 대소변을 내려 보내면서 크리스마스도 부활절도 이 위에서 보냈다.
인천에서 24년을 살았던 그도 시내와 반대쪽인 이쪽 숲에 와 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친구들과 등산길에서 본 환상적인 소나무와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한달 뒤 이곳 땅을 소유한 롯데가 75만평에 골프장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소나무들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인천녹색연합 신정은 간사가 이곳 소나무 위에서 농성을 했고, 그는 인천시청 앞에서 농성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0일 신 간사와 교체해 그가 소나무 위로 올라갔다.
서울에서 영종도 신공항까지 모두 콘크리트로 덮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숲이 사막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는 체감온도 영하 20~30도를 넘나드는 한 겨울을 등산용 보온물통을 껴안은 채 소나무 위에서 버텨냈다. 그는 하루 2천t의 지하수를 사용해 인근의 지하수를 고갈시켜버리고, 무려 120여종을 농약을 뿌려대 잔디 위에는 어떤 생명도 살 수 없게 하는 골프장을 ‘녹색 사막’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인천시민들도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고, 환경청이 두번이나 골프장 건설 ‘부동의’ 결정을 내렸는데도 인천시와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시각이다. 윤 목사는 “소수 토호들의 이익을 위해 좌지우지되는 지방자치가 주민 자치로 전환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릿고개를 넘기 어려울 만큼 배고프던 1960~70년대에는 개발이 중요했지만, 세계 열한번째 경제대국이 된 지금도 ‘밥타령’만 할 것이냐”며 “몸은 이미 어른이 되어있는데, 생각은 어린 아이에서 머물러 더 이상 성숙을 포기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내며 나무 위에서 지내는 동안 그도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회개했다. 그 동안 ‘운동’이라고 하면서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고, 스스로 비폭력과 고요를 지키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고요함을 잃은 행동이 맹동이 될 수 있음을 절감하면서 나무 위 생활을 스스로에게 선포한 ‘감옥형’이라고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게 됐다.
그가 ‘감옥형’에서 언제 석방될지는 알 수 없다. 그는 현재 자신을 돌봐주는 7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대책위의 결정에 따를 예정이다. 19일부터 롯데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다섯명씩 만나 한달간 협의하기로 했으므로 한달 뒤면 웃으며 땅을 디뎌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골프장 건설 계획이 완전히 포기되어 환경친화적인 관리 계획이 결정되는 날이 그가 내려오는 날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요즘은 불편보다 오히려 숲의 은혜를 많이 느낀다. 달이 뜨면 달빛 세례를 받고, 아침이면 산 정상을 넘어서 소나무 위를 비춰주는 햇빛에서 바울이 다메섹에서 본 빛을 본다고 했다. 자연의 치유력과 위대한 은혜에 전율하는 윤 목사가 목청을 높여 30미터 아래의 기자에게 말 세례를 부어준다.
“하나님이 주신 우리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창조 세계인 이 아름다운 명품을 소중하게 관리해야하는 게 우리의 사명 아닌가요”
인천 계양산/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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