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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나도 살고 남도 살려 ‘기찬 세상’ 열어야죠”

등록 2007-04-25 18:51

창립 40돌 맞은 ‘국선도’ 최고 지도자 허경무 도종사

스승 청산선사 ‘예언’ 따라 1996년부터 도맥 이어은거 10년 만에 “하늘마음 되찾는 게 도다” 설파잠적한 스승 생사 물음에 “내 마음 속에 계시다”

충남 공주시 이인면 목동리 시골길을 따라 저수지 위 산으로 접어드니 코끼리의 긴 코가 저수지의 생명수를 들이키며 기운을 모으고 있는 산세다. 국선도의 도운 허경무(60) 도종사가 머무는 천선원이다. 도종사는 차돌 같은 강인한 인상을 지닌 그의 스승 청산선사와 달리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모습이다. 솥뚜껑처럼 큰손으로 악수를 할 때도 느껴지는 것은 강인함보다 부드러운 기운이다.

그는 창립 40돌을 맞은 국선도의 최고 지도자다. 국선도는 고대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전해져내려온 선도를 수련하고 67년 하산해 이 땅에 단전호흡 바람을 불러일으킨 청산선사 고경민에 의해 드러났다. 1970년 ‘무술의 고수’를 찾아갔던 그는 사형인 신력사 청원 선사 박진후, 청화선사 김종무, 철선녀 김단화 등을 뒤이어 청산의 문하생이 되었다. 1975년 스승은 미국에 데려간 그에게 자신은 84년이 되면 세상과 인연을 끝내고 다시 입산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병자년(96년)이 되면 한국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청산이 84년 종적을 감춘 뒤에도 미국에서 홀로 정진하던 그는 96년에 귀국했다. 3명의 제자(선사) 가운데 막내가 세상에 나와 지도한다는 국선도의 전통에 따라 99년 도종사에 취임한 그는 세계국선도연맹을 창설했다.

최고지도자가 된 뒤에도 은인자중하며 수련 체계화 등 내실을 기하는데만 주력해오던 그가 마침내 “하늘 마음을 회복하는 게 국선도”라며 국선도의 본뜻을 알리고 나섰다. 그의 스승 청산이 기나 단(丹)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를 단번에 알려주기 위해 기적적인 시범을 보여주면서 수련의 외적인 위력을 주로 보여주었다면, 그는 ‘수련의 진정한 목적’을 보다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국선도의 ‘선’자가 신선 선(仙)이 아니라 하늘사람 선( )인 이유를 선명히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가 도맥을 이은 과정 자체가 신비한데도 그는 신비의 베일을 스스로 벗는다. 하늘을 날고 바위를 깨고, 물과 불 속을 오가거나 자신의 도술이나 힘을 뽐내며 헛된 자아를 실현하는 게 국선도가 아니라 하늘마음을 회복해 그 마음에 따라 육신을 다스리면서 자유롭고 평안하게 살며 남에게 유익을 주는 길이 바로 국선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도(道)와 술(術)을 구분할줄 알아야한다고 했다. 그는 남을 속여 이기는 게 술이라면, 청산의 가르침인 ‘선도일화 구활창생’( 道一和 救活蒼生·하늘사람 진리에 하나가 되어 하늘 안의 모든 생명체를 구하리)의 마음이 도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주로 기를 모으고 축적하는데 집착하는데서 한발 나아가 좋은 기운을 내보낼 수 있는 도인이 되라고 주문한다.

“관 속에 모래가 흘러가면 관이 거칠어지고, 기름이 흐르면 관이 매끄러워집니다. 어진 마음과 사랑은 내보내면 내보낼수록 더 나오는 것입니다. 말을 많이 하면 기운을 뺏긴다지만 남을 살리는 말을 하면 기운이 더 나는 것입니다.”

그는 기가 훼손되는 것도 욕심 때문이라고 했다. 과욕 때문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이 먹기 때문에 오히려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운동도 자신을 과시하려고 하면 독성이 생겨 몸을 망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또 누구나 자신의 호흡과 신체에 맞게 수련하도록 권한다.

“사람은 하나의 기계에 넣고 찍어내야 할 부품이 아니기에 100이면 100사람이 각자 특성에 맞게 수련해 각자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해야 하지요.”

선도가 ‘자연의 도’임을 상기시키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강한 체질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기운이 허약한 사람도 얼마든지 국선도 수련을 할 수 있고, 오히려 약자가 심신의 건강을 회복해 더 큰 유익함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입산 이후 알려진 게 없는 청산선사의 생사 여부를 물었다. 청산이 살아있다면 현재 71살이다. 그는 직답 대신 “지리산 백궁선원(국선도 수련원)에서 사부님의 사진에 나만이 절을 하지 않자 모두가 저를 쳐다보며 ‘사부님이 살아계시기 때문에 영정 사진에 절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 사부님이 계시다”고만 말했다. 대신 사부와 수많은 역대 스승의 기를 모아 ‘기찬 세상’을 위한 기운을 내보낸다.

“우선 자신부터 용서하고 사랑해 보세요.”

자신의 기부터 살려주고, 나아가 남의 기를 살려주라는 것이다. 세상 사람의 기를 살리는 국선도 창립 40돌을 기념하는 세미나와 공연 등 행사가 28일 오전 10시30분부터 대전시 대덕연구단지 한국전력연구원에서 열린다.

공주/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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