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주역선해’ 첫 대중서로 풀어낸 재야학자 박태섭씨
천태교학 고승 지욱선사 작품난해·방대 ‘유불선’ 이해해야
중국 정신사상의 정수인 ‘주역’과 불교는 서로 받아들여 상승 발전하는 계기를 삼기도 했으나 대립 각을 세울 때도 적지 않았다.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이 주역의 원리로서 불교를 비판한 〈불씨잡변〉이 대표적이다. 반면 명나라 4대가의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지욱 선사(1599~1655)가 쓴 〈주역선해〉(도서출판 한강수 펴냄)는 붓다의 눈으로 주역의 도를 읽고, 주역의 눈으로 붓다의 마음을 들여다본 수작으로 꼽힌다.
이 책을 한 재야학자가 7년여의 노력 끝에 역주했다. 이둔 박태섭(50)씨다. 〈주역선해〉는 워낙 난해하고 방대해 유불선에 통달했던 탄허 스님만이 토를 달았을 뿐, 일반인을 위한 번역본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허 스님의 제자인 전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 스님은 추천사에서 박씨의 번역작업에 대해 “진짜 우담바라 꽃이 핀 것과 다름 없는 경사”라고 평했다.
역자는 15살 때 ‘송화산-송을산’으로부터 도가의 맥을 이어받은 스승 김추당을 만나 도교를 공부했고, 동국대에서 불교학을, 서강대에서 종교학을 각각 전공한 이래 유·불·선을 탐구해왔다.
“조선시대에도 유교의 예법만이 유교인양 알려졌을 뿐 정작 유학의 정수인 경학은 손도 못 대고 있었어요. 그래서 정약용 같은 분도 과연 공자가 진정으로 가르치려고 한 게 무엇인가를 알아보고 싶어 했고, 그 결과 나온 게 〈주역심전〉이었지요. 주역을 조금 아는 사람들조차 점치는 것이나 도참설이나 신봉했을 뿐 정약용만큼 사상적으로 제대로 접근한 적도 거의 없을 정도로 주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통해 경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서, 주역이 점치는 도구가 아니라 인격을 도야하고, 불교적 해탈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욱 선사는 천태교학의 대표적인 고승이었다”며 “우리나라는 간화선 일색이어서 천태교학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지만, 당시 중국 사찰의 80% 이상은 천태교학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당시 불교인들의 시대적 고뇌를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유가의 시각에서 불교로 들어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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