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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주역 수련대회 ‘물은 생명, 오염땐 재앙’

등록 2007-06-04 20:25

동방문화진흥회 신명행사 열려

전문직 등 300여명 참석 주역 외우기·밤샘수행 함께설립자 김석진 선생 강의때 정치 연관한 질문도 나와

지난 2~3일 서울 남산 속에 있는 서울국제유스호스텔엔 동양학의 최고봉이라는 주역을 공부하는 이들이 모였다. 무려 300여명이 모여 신묘한 주역의 조화를 드러냈다. 공자의 후신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야산 이달 선사(1889~1958)의 뜻을 이은 동방문화진흥회 회원들의 수련대회인 신명행사였다. 신명행사란 주역 중풍손괘에서 따온 것으로 ‘신의 명을 받들어 밝음을 회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모임 참석자들은 대법관과 고위 공직자 출신을 비롯해 교수, 교사, 한의사, 약사, 재야 학자 등 대부분이 전문직이나 지식인들이었다. 유교의 급속한 쇠퇴와 함께 동양학의 전통이 거의 끊긴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인식에도 여전히 동양 정신의 진수인 주역에 대한 지식인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셈이다.

이 행사의 주관자는 동방문화진흥회 설립자인 대산 김석진(79) 선생이었다. 대산은 열아홉살 때부터 야산이 세상을 뜨기까지 곁에서 주역을 배웠고, 서울 흥사단 강의 등을 통해 끊길 뻔한 야산의 주역 맥을 되살려냈다.

대산은 이번 신명행사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유가의 전통을 보여주었다. 이 가운데 주역 통강은 주역 64괘 384효 풀이 등 전문 2만자를 옛 선비들이 하던 대로 외워보이는 것이다. 이번엔 대구 대연학당 소속인 전재규(33·한의사), 최근욱(36·한의사)씨 2명이 통강했다. 지금까지 통강을 통과한 이들은 이 회에서도 20여명에 불과하다. 또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불교 선승들의 참선과 비슷한 관(觀)수행이 있었다. 아침엔 현재와 미래를 점쳐주는 득괘(주역 괘를 뽑아주는 것)를 통해 상황이 어려우면 삼가고 겸허하며 더욱 인격도야에 애쓰고, 때가 도래했으면 기회를 살리는 지혜를 발휘하도록 경책했다.

이 행사에서 대산은 노구임에도 2시간 주역 강의에서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은 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잔기침 한 번 없이 열강을 하고, 밤샘 관 수행을 몸소 이끌었다.

그가 한 강의는 주역의 수풍정(水風井)괘에 대한 것이었다. ‘물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정해년 신명행사’라는 이번 행사에 맞춘 것이었다. 대산은 “우주 만물이 생겨날 때 가장 먼저 생긴 것이 물일 만큼 물은 그 자체가 생명”이라면서 “옛부터 정치의 성패도 물을 어떻게 백성이 잘 마시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느냐에 달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사람들이 총칼에 죽었지만, 앞으로는 물이 오염되고 빙하가 녹아 전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대운하 공약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산이 신명행사의 주제를 ‘물’로 잡은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대산의 강의 말미에 한 대학교수가 일어나 “이명박 후보가 한강과 낙동강을 이어 운하를 파겠다고 하는데, 백성이 한천식(寒泉食·시원한 물을 마심)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산은 “물 문제가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만 답했다. 이날 강의 도중 대산은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 정치도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물문제에 대해선 물은 ‘개발수단’이기보다는 ‘지켜야할 생명수’란 점을 명백히 했다. 이명박 후보쪽이 주장하는 대운하에 대해 그가 즉답을 피했지만 결과적으로 지식인들의 경각심을 높인 셈이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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