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 오늘까지 이틀간 합동행사…이해와 대화 실천대구 계산성당 이어 원불교 불교 천도교 등 차례 방문
2일 낮 12시30분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 고딕식으로 지어진 계산성당에 다양한 종교의 성직자들이 찾아왔다. 승복을 입은 스님과 갓을 쓴 유림도 보인다. 신부와 수녀들이 귀한 손님을 마중했고, 인사를 받은 스님은 합장으로 예의를 갖췄다.
이날 계산성당을 찾은 이들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소속 7대 종교 대표들이다. 공동대표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비롯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 한창영 목사, 가톨릭 주교회의 종교간 대화위원장 김희중 주교, 원불교 교정원장 이성택 교무, 유림 쪽 성균관 최근덕 관장, 천도교 김동환 교령, 민족종교협의회의 한양원 회장 등 모두 20여명. 종교 사이 이해와 대화를 실천하기 위해 2~3일 함께 각 종교의 성지를 순례하는 행사에 참여한 이들이다. 7대 종교 대표자들이 다른 종교의 성지를 합동으로 순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창립 121년을 맞은 계산성당을 둘러본 뒤,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 송규 종사가 탄생한 경북 성주 성지를 참배했다.
다음 장소는 불교 성지. 비구니 스님들의 거처 가운데 ‘대중’의 수가 가장 많은 200여명이 수행정진하고 있는 경북 청도 운문사에서 차를 마신 뒤 사찰음식을 ‘공양’했다. 둘쨋날인 3일엔 천도교 1세 교조인 수운 최제우 대신사가 도통한 경주 용담정과 경주 향교, 영천 자천교회를 차례로 방문했다.
우리나라는 지구촌 사회에서 대표적인 다종교 사회다. 지난해 발표한 인구조사에서, 불자가 1072만6천명, 개신교인이 861만6천명, 가톨릭신자가 514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또 원불교와 천도교 등 민족종교들과 유교, 그리고 예배처소 50여곳을 둔 이슬람교까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종교 박물관이다. 인도가 다종교 사회라지만 힌두교와 이슬람교와 기타 종교의 비율이 8:1:1이어서 불교와 기독교가 비슷한 세력으로 함께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형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3·1운동 때 다양한 종교 지도자 33명이 힘을 합쳐 비폭력 만세 시위를 주도하는 등 민족공동체를 위해 종교가 힘을 합친 전례가 많다. 이날 성지순례에 나선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1997년 출범된 이래 매년 ‘대한민국 종교문화축제’를 공동 개최하며 화합을 과시해 왔다. 테러와 전쟁의 절반 이상이 종교 분쟁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틀간 열린 7대 종교 지도자의 합동 성지 순례는 다종교의 공존과 화합에 대한 실험으로서 세계 종교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