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성명 “청정지역 파괴·생존권 위협”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9일 정의평화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평화의 섬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가톨릭이 주교회의 이름으로 공식 입장을 나타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들은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에 참 평화를!’이란 성명에서 “한반도의 안보는 모든 이가 힘을 모아 지켜 나갈 소중한 가치이지만, 제주도 남쪽 해안에 새로운 해군기지를 대규모로 건설하려는 계획에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4·3 때)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역사의 아픔을 딛고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포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신설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해군기지 대상지로 선정된 지역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과 인접해 있고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며 “군사기지가 제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추진된다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마지막 청정 지역의 치명적인 파괴와 어민의 심각한 생존권 위협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5월2일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신자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5월17일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시국미사’에서 “평화의 섬 제주에 군사시설 증강 계획은 매우 부적절하고 교회의 가르침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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