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화해 반하는 행보 잇따라
가톨릭계 확대해석 경계 속
진보쪽, 문제점 ‘토론’ 움직임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80·사진)가 로마 가톨릭만이 ‘유일하고 진정한 기독교 교회’라고 주장한 교황청 문서의 공표를 승인한 뒤 교황이 가톨릭계의 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요한바오로 2세에 이어 전 세계 11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으로 라칭거 추기경이 선출돼 2005년 4월 베네딕토 16세란 이름의 교황으로 등장할 때부터 일찍이 예상돼 온 것이었다. 가톨릭은 1963~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가톨릭 이외 종교들의 가치를 인정하기로 했으나, 라칭거 추기경은 공의회 정신을 무력화시키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혔다. 그는 1981년부터 24년 동안 교황청의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보수적 신앙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그가 교황이 되자 프랑스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성직자인 피에르 신부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추기경들이 그를 선출한 것은 그가 고령이어서 그리 오래 재임하지 않으리란 것을 고려했고, 서로를 알아가는 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차기 교황으로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심사숙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그의 재임을 ‘징검다리’ 정도로 폄하했다.
그러나 지난 2년이란 짧은 기간에도 로마 교황청은 그로 인해 수많은 논란에 휘말려야 했다. 그는 교황으로 취임하자마자 먼저 이슬람 전문가로 종교 간 대화를 이끌었던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마이클 피츠제럴드 대주교를 이집트 대사로 좌천시켰다. 그는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EU)의 가입을 “문화적 지리적으로 이질적”이라며 공공연히 반대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고국인 독일을 방문해서는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가져온 것은 칼을 앞세워 믿음을 전파하는 식으로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뿐”이라고 말해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이어 지난 5월 브라질을 방문해서는 “가톨릭 교회는 중남미 원주민들에게 자신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당시 인디언 부족들이 기독교를 조용히 갈망했기 때문에 유럽 선교사들을 환영했다”고 말해 원주민 지도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10대 때 독일 히틀러 유겐트(나치 청년단)에 가입한 경력이 있는 그는 지난해 5월 폴란드 아우슈비츠 유대인 학살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언급하지 않아 도마 위에 올랐다.
화해에 반하는 그의 발언에 한국 가톨릭계는 몹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타종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려 74%의 신자 증가를 보인 한국 가톨릭은 배타주의를 넘어 화해하고, 제사 등 전통 문화를 수용해 호감을 받은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따라서 지난 2~3일 7대 종교지도자 합동 성지순례에 함께 했던 종교간대화위원회위원장 김희중 주교도 “기존의 교리를 재확인하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일치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계 진보단체에선 이번 기회에 그의 발언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토론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소장은 “교황은 신앙교리성장관 재직 때도 바티칸공의회 문서를 보수적으로 해석했는데, 그래도 그때는 가톨릭 내부의 문제에 그쳤지만, 이젠 다른 종교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어 안타깝다”면서 다음달 중으로 이에 대한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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