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슬람중앙회 등 종교단체 ‘석방’ 호소 잇따라 피랍 교인들이 속한 경기 성남 분당샘물교회의 박은조 담임목사는 23일 이 사건과 관련해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원하지 않는 봉사활동은 중단하고 피랍자 이외에 현지에 남은 봉사단원들은 철수절차를 밟고 있다”며 “우리는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며, 병원·학교 등 아프간이 원하는 방식의 봉사활동은 지속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여러 종교인들도 이날 인질석방을 호소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회장 손주영)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무슬림들은 의료봉사를 위해 아프간으로 향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하루빨리 부모 형제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아프간의 무슬림 형제들에게 호소한다”고 밝혔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등의 종교지도자들도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편, 분당샘물교회가 기성 선교단체의 ‘공격적’ 선교행태를 닮지 않았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이 교회 박 목사는 진보 기독교신문 <뉴스앤조이>의 이사장을 맡아왔다. 이 매체는 2004년 이라크 김선일씨 피살 이후 ‘죽음을 순교로 왜곡하는 선교 지상주의’와 ‘강요하는 선교, 이젠 멈춰라’ 등의 기획기사를 실었다. 일방통행식의 선교 방식을 비판하고, 타종교 이해를 촉구해 온 것이다.
박 목사는 피랍 교인들이 몸담은 것으로 돼 있는 한민족복지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이 재단은 다른 교회계열 구호단체들이 표면상 구호를 내세우되 현지에선 적극적인 선교단체로 변신하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순수한 제3세계 빈민돕기에 주력해 왔다. 북한동포 돕기로 시작해 현재 아프간의 카불과 칸다하르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수단·스리랑카·캄보디아 등 열세 나라에 지부 14곳을 두고 있다. 이 재단을 적극 후원해 온 분당샘물교회에선 교인들이 방학과 휴가 기간에 1~2주일씩 단기 봉사단을 파견해 왔다.
분당샘물교회는 ‘교회의 무한팽창’ 경향과도 거리를 뒀다. 박 목사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교회에서 17년 동안 담임을 맡던 시절 대형 교회를 추구하기보다는 한영교회·일원동교회·서울남교회 등으로 분가시키고, 자신이 1998년 분가해 분당샘물교회를 세웠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김기성 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