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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섹스가 깨달음을 막는다?

등록 2007-08-01 20:33

“상관관계 없다” 담론 잇따라 한때 서양에선 남녀 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탄트라에 현혹된 사람들이 인도로 간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승으로 추앙받은 원효대사와 경허선사가 금욕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고, 선가에선 그것을 해탈의 모습으로 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불교에선 성욕을 깨달음으로 가는 가장 큰 장애로 여겼다. 승가공동체의 계율을 유지하기 위함인지 성 논의 자체를 불순하게 여겼다. 성욕과 깨달음의 관계는 그만큼 민감한 주제였다.

과연 오늘을 사는 종교학자들의 해석은 어떨까?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은 국제한국학센터 및 불교학연구회와 함께 2~3일 서울 ‘고려대 100주년 기념 삼성관’에서 ‘금욕과 깨달음’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불교뿐 아니라 기독교, 힌두교, 유교 등 각 종교를 연구한 세계적인 학자 12명이 참여한다.

1일 발표자들이 미리 제출한 요약문을 보면, 스리랑카 캘라니아대의 유키 라모나 슈리마네 교수는 불교적 수행을 통해 ‘섹스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상태가 된 ‘아라한의 경지’를 얘기하고 있다. 수도자들의 금욕 전통은 인도의 힌두 전통에서 유래했으며, 37살에 부인과 성적 접촉을 그만둔 마하트마 간디의 금욕적 삶은 힌두교 전통에 따른 것이라는 소개도 나온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노영찬 교수는 유교에서도 ‘교양’과 ‘예’란 형태의 인격 수양을 위해 자신을 극복하려 애쓴 모습을 설명한다.

반면에 금욕주의는 종교적 윤리 때문일 뿐, 금욕과 깨달음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들도 활발하게 제기된다. 한국 불교계에 밝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버트 버스웰 교수는 ‘불교유신론’을 통해 대처론을 펼친 만해 한용운의 주장을 소개한다. 만해는 스님도 결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국립대 야오밍 차이 교수는 “보살이 지혜의 완성으로 가는 과정에서 감각적 욕망(성욕)조차도 장기적으로 또는 단기적으로 수행 과정에 꽤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한편, 정작 불교계의 ‘스님 학자’들은 주최쪽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대회를 주최한 고려대 국제한국학센터 조성택 소장은 “인도와 달리 동아시아에선 금욕주의가 지배적인 수행관이 아니었음이 이번 학자들의 발표에서 새삼 확인되고 있다”며 “은처(처를 숨김)와 파계를 하는 것보다는 시대에 맞게 계율을 고쳐 결혼을 하는 출가자와 독신승이 공존하며 서로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를 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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