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방한때, 이름 따 ‘봉고차’ 명명
오마르 봉고 온딤바(사진) 가봉공화국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환담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9일 한국을 찾은 봉고 대통령의 방문 목적은 12일로 예정된 만해평화상 특별상 수상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아프간 인질사태 해결과 남북정상회담 준비로 눈코뜰새 없지만, ‘환담’과 ‘오찬’이라는 형식으로 2시간 가까이 봉고 대통령을 환대했다. 봉고 대통령이 한국과 인연이 남다른 때문이다. 봉고 대통령의 방한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197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처음 방한했다. 아프리카 서부 적도 남단에 위치한 가봉공화국은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지만, 신생독립국들이 비동맹 친북노선을 강화하는 냉전시대에 가봉은 한국에 남다른 가치가 있었다. 62년 아프리카 국가 중 한국과 최초로 수교했다.
75년 첫 방한 당시 정부는 김종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한 ‘국빈영접 방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십만명을 길가에 동원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했다. 당시 기아 자동차는 신형 승합차를 출시하면서 ‘봉고’라는 이름을 붙여 봉고 대통령의 존재를 전 국민에게 인식시켰다. 환대에 감동받은 봉고 대통령은 3박4일 순방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났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몇 시간을 더 머물렀다.
봉고 대통령은 이후 10년 주기로 한국을 찾았다. 1982년 전두환 대통령의 가봉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84년9월 방한했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96년8월 한 차례 더 방문했다. 그는 67년 가봉 대통령에 오른 뒤 40년째 가봉의 국가원수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72살인 그는 이미 2012년 대선 재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번에 봉고 대통령이 받게 된 만해대상은 만해대상실천선양회가 1997년부터 매년 8월 백담사에서 여는 만해축전 때 주는 상이다. 지금까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강원용 목사, 김대중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티베트 망명정부 지도자 달라이 라마, 김지하 시인 등이 받았다.
주최 쪽은 “봉고 대통령이 차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브라자빌, 앙골와 자이르 분쟁의 조정 역할을 원만히 수행함으로써 중앙아프리카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중심적인 구실을 했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신승근 조연현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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