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까지 전도’ 근본주의 신앙관 완고
국내선 성장 한계…교회 존립감 위기감
봉사마저 위축 우려…내부 토론회 주목
보수 개신교개, 기존 선교방식 고수 왜?
아프간 인질들이 억류돼 있던 40여일 동안 이번 사태를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던 보수 개신교가 기존의 선교 방침을 결코 후퇴하지 않을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보수 교계가 국민 다수가 염려하는데도 이런 태도를 보인 원인으로는 우선 ‘개신교는 선이며, 그 외는 악’이라는 뿌리 깊은 근본주의적 신앙관을 들 수 있다. 미국 복음주의 신앙의 영향권 아래 성장해 온 한국 개신교는 서구 개신교 사회에서 다원주의 신앙이 보편화된 것과 달리 완고한 근본주의적 신앙을 고수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전 크리스천아카데미원장)는 “보수적 개신교인들은 자신을 희생해 남을 살리는 십자가 정신과 남을 힘으로 정복하는 십자군적 정신을 혼동해, 타인을 악으로 보는 근본주의적 무슬림과 다름이 없다”며 “영적 탐욕과 폭력을 하나님의 사랑과 혼동하는 신학을 재설정하지 않고선 공격성과 폭력이 멈춰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개신교계가 기존의 공격적인 선교 방식을 포기하지 않는 또다른 원인으로는 ‘땅끝까지 전도’ 구호를 지상 목표로 내세우며 확장해 온 자신들의 존립 근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1970~80년대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성장한 한국 개신교는 90년대 후반부터 다른 종교와 화해와 공존을 모색해 온 가톨릭에 상당수 신자를 빼앗겨 성장세가 멈추고 오히려 신자 수가 줄면서 ‘해외 선교’에서 돌파구를 찾아왔다.
문제는 이슬람권에 수천 명의 선교사가 파견돼 있는데도 전도 효과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인 반면, 한국과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는 악화되고, 아프간 사태와 같은 안전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날 선교단체 대책회의를 주도한 세계선교협의회의 강승삼 사무총장이 “지금까지 선교사들로 인해 어떤 문제도 발생한 적이 없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아프간에서만 선교단체원들이 공격적인 선교에 나섰다가 무슬림으로부터 총격을 받거나 참수당할 뻔하는 등 크고작은 사건들이 잇따랐다.
그런데도 선교단체들은 ‘선교’가 아니라 ‘봉사’임을 강조하거나 ‘정부에 부담지우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며 ‘해외 선교’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실제 ‘개척자들’이나 장기 봉사자들처럼 ‘전도’를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봉사해 온 이들도 적지 않아 이들의 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으로 볼 때 종교기관의 순수한 자선활동은 확대되어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개척자들’의 이형우 동북아대표의 말처럼 “선교란 교회를 내세우는 게 아니고 현지인들과 고통을 나누는 것”이라는 ‘선교’와, 보수 개신교계의 ‘선교’와는 여전히 너무나 큰 틈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다종교 사회인 한국 안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갈등의 불씨로 떠오른 한국 보수 개신교의 신앙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기독교회협의회가 현지 선교사들과 선교단체 관계자들을 총망라해 선교와 봉사 분야별로 세부적인 논의를 펼치겠다는 대토론회는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