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국외선교, 왜?
근본주의적 신앙, 보은심리, 과시·성장주의 산물
“헌금 더 걷을 수 있어…선교는 국내용” 지적도 일부는 “돈·인력 쌓인 교회, 국외 눈돌려” 해석
‘국외 선교’에 대한 한국 교회의 과도한 열기는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근본주의적 신앙관과 과시주의, 성장주의 등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의 총체적 부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개신교의 단기 선교 방식에 대해서는 모태 격인 미국의 언론들조차 ‘사진 찍기에 불과한 캠코더 선교’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한국 교회에서 선교는 여전히 무조건적인 미덕으로 간주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미국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신앙관에서 원인을 찾는다.
한국 개신교는 해방 이후 남한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한 미국의 우산 아래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급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보수화했다. 종교 전문가들은 한국 개신교인들의 80~90%가 근본주의 신앙관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미국 등의 기독교권에선 타 종교를 진리로서 인정하는 다원주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1992년 변선환 감신대 학장이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다원주의를 주장했다가 쫓겨난 데서도 나타났듯이 학자적 양심의 발언조차 허용되지 않을 만큼 근본주의적 경향이 짙다.
이처럼 타 종교와 무신자를 인정하지 않는 풍토이다 보니, 선교는 ‘상대방을 악에서 구원하는 행위’로 무조건적으로 정당화됐다. 한국 교회에서 ‘선교와 전도’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가 돼 ‘지구 땅 끝까지 복음을’이라는 구호가 만연하게 됐다. 개신교계의 개혁성향 인터넷언론 <뉴스앤조이> 대표 이광하 목사는 “한국 교회에선 이스라엘에서 유럽으로 갔던 복음이 미주를 거쳐 동아시아로, 다시 서진해서 이스라엘까지 돌아갈 때 하나님 나라가 완성된다는 종말론적 신앙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신앙관과 함께 ‘보은의 심리’도 선교 논리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열광적인 해외 선교에 대해 “외국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으로 개화기 이후 우리나라가 기독교를 받아들여 잘살게 됐으므로 우리도 선교를 해서 빚을 갚아야 된다는 생각과 함께 무엇엔가 집중하면 광적이 되는 한국인의 심성적 열기가 합쳐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았다. 동양에서 기독교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은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등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살게 된 것은 기독교 덕분이라는 한국 보수 교회의 축복 논리에서 그 원인의 일단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선교가 ‘해외용’이 아니라 ‘국내용’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김경재 교수는 “선교를 최고의 미덕으로 이미 믿고 있는 교인들에게 ‘의미있는 곳에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더 헌금을 걷을 수 있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오지 선교 등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내보여 내적 활력과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광하 목사는 “성장을 이룬 한국 교회가 내적인 성숙을 도모할 때인데도 영성적 결핍을 끝없이 외연의 확대를 통해서만 채우려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미 엄청난 성장을 이룩한 한국 개신교가 그 에너지를 국외로 돌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독교장로회 교단 선교국장을 지낸 정진우 서울제일교회 목사는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피선교국이던 한국이 선교국으로 탈바꿈하는 기적을 일궜다”며 “어느새 다른 나라 개신교에서도 볼 수 없는 돈과 인력의 힘이 국내에서 넘쳐나 해외로 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 교수도 “70~80년대 대학생 선교단체들에서 이미 훈련시켜 놓은 인력들이 남아도는데다 ‘선교 이데올로기’로 붐이 조성돼 각 교회에서 너도나도 해외로 나가는 단기 선교 붐이 일게 됐다”고 말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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