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방식 탈피 겸손한 자세 중요시 서방 국가의 개신교 엔지오와 선교단체들 가운데 무슬림의 개종을 목표로 활동하는 단체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2천명이 참석하는 ‘평화행진축제’라는 선교 행사를 열려던 국내 선교단체 인터콥과 같은 행동은 서방 단체들에선 꿈도 꾸지 못한다. 과시성 행사와 단기 선교가 개신교에 대한 반발만 불러일으켜 장기 선교 전략조차 세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십자군 전쟁과 인디언 대학살 등 선교 과정에서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계몽주의를 거치고 다원주의 신학이 받아들여지면서 서구의 선교 방식도 크게 전환되었다. 주요 교단에 앞서 퀘이커와 재세례파 등이 전혀 개종을 염두에 두지 않는 ‘조건 없는 봉사’에 나섬으로써 그 물꼬를 열기 시작했다. 미국 퀘이커봉사위원회와 영국 퀘이커봉사협회는 이런 공로로 194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선교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 기독교장로회(기장) 등 많은 교단들이 무슬림권과 제3세계인들의 ‘선교’에 대한 거부감을 의식해 아예 선교사 대신 ‘선교동역자’라는 말을 쓰고 있다. 기장의 선교동역자는 현지에서 새로 교회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기존의 현지 교회를 돕는 기능만을 담당한다.
최근까지 기장의 선교국장을 맡았던 정진우 목사는 “과거 전세계에 기독교를 전도했던 제국주의 국가들과 달리 식민과 독재, 가난을 경험한 우리나라의 개신교가 21세기에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 최고의 전도국이 된 하나님의 섭리를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나라 개신교는 이제 가난과 고통 속에 있는 비기독교 국가에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고난에 동참하고 삶을 섬기는 겸손의 자세로 전환해 새로운 개신교의 역사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연현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