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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부처의 자비로 ‘죽음’ 돌본다

등록 2007-10-08 21:25

호스피스 교육 ‘마하보디센터’ 개원임종자 보살펴온 능행 스님이 이끌어지관 총무원장 “불교도 생사 속으로”

무엇이 ‘큰 깨달음’일까. 7일 오전 10시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 가지산 자락에서 문을 연 마하보디센터는 굳이 풀이하자면 ‘큰 깨달음의 집’이다. 마하보디센터는 임종을 돌보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곳이다. 불교는 2500여년 전 고타마 싯다르타가 중생들이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발심해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생로병사 가운데서도 죽음이야말로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 그러나 지금까지 불교에서 죽음은 개인이 극복해야 할 수행의 과정일 뿐이었다. 대신 죽음 앞에서 두려움과 고통에 떨며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살핌은 부족하기 그지없었다.

마하보디센터를 연 비구니 능행(47) 스님이 임종자들을 위한 삶에 헌신한 것도 평생 선방에서 수행해온 한 선승의 죽음을 지켜본 뒤였다. 한 가톨릭 수녀로부터 전화를 받고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수녀는 한 말기 암 환자에게 안내하면서 “아무래도 스님인 것 같은데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20년 넘게 선방에서 참선만 했던 비구 스님은 “불자가 1천만이나 되는데 스님들이 편히 죽어갈 병원 하나가 없다”며 능행 스님의 손을 꼭 잡고 “그런 병원 하나 지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그 뒤 능행 스님은 1996년부터 호스피스 교육을 시키고, 충북 청원군 미원면 구녀산 자락에 정토마을을 열어 말기암 환자들의 마지막 삶을 보듬어주었다. 그러다 재단법인 정토사관자재회를 설립해 지장봉사회와 함께 이곳 가지산 자락에 8300여 평의 터를 마련해 중증환자를 위한 무료 호스피스병원인 관자재요양병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먼저 호스피스 교육을 위한 마하보디센터를 개원했다.

이곳에선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도솔 펴냄)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한 능행 스님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불교식 호스피스 교육, 웰빙-웰다잉 교육, 명상 수행 등을 이끈다.

이날 마하보디센터 개원식엔 3천여 명이 찾아왔고, 지금까지 죽어가는 사람들을 눈물로 환송해온 능행 스님은 단상에서 삼배로 인사말을 대신해 방문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뒤이어 나온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불교에선 생사를 초월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생사를 초월해선 안 된다”며 “이불 속에서 호통 칠 것이 아니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듯이 생사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학승이기도 한 그가 생사를 초월하는 데만 전념한 기존의 관념을 깨부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누구나 자신의 평안을 구하지만, 일신(자신만)의 평안만을 구해서는 결코 평안해질 수 없고 평안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정신도 몸도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는 이곳이야말로 부처님과 지장보살과 보현보살이 있는 곳”이라고 칭송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정념 스님도 “고통 받는 사람들이 부르는 곳에 달려가고 그들의 소리에 응답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보시이자 자비 정신”이라고 말했다. 자비로운 사람들을 길러낼 마하보디센터 위 맑은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유유히 오가고 있었다.

울산/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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